뉴스데스크박솔잎

"2시간 대기는 기본‥아이도, 의사도 밤마다 진료 전쟁"

입력 | 2023-06-13 19:59   수정 | 2023-06-13 21:32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의료 현장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 병원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죠?

밤늦게 아이가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달빛 어린이 병원′, 전국에 마흔네 곳이 있는데요.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마다 전쟁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박솔잎 기자가 직접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충남 천안에 있는 한 달빛어린이병원.

8살 언니와 3살 여동생까지 온 가족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소아과 의사]
″얘는 열이 나네요?″
<네, 어젯밤부터.>
″얘는 언니랑 다르게 가래가 많이 심한데요.″

[최명희]
″출근을 해야 돼서 어쩔 수 없이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야 돼서‥하원 할 때는 병원에 가야겠다라고 해서‥″

야간 진료가 시작되는 오후 6시.

병원 안은 아픈 아이들과 보호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간호사]
″이름이 뭐예요? 앞에 7명 있어요. 예약자 오면 조금 더 밀릴 수 있어요.″

4개월 된 아이를 안은 채 진료실 문 앞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

[김수정]
″갑자기 저녁때 열이 나서‥이 시간대에 연 병원이 여기밖에 없어서‥″

지금 8시가 좀 지난 시간인데요.

현재 대기 인원은 60여 명입니다.

일반 병원들이 문을 닫은 후여서 본격적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웃 아산시에서 찾아온 환자도 있습니다.

[정성환]
″아무래도 저녁 늦게까지 하는 소아과들은 대부분 거의 없다 보니깐‥″

아이들도, 의료진도 지쳐갑니다.

[김시형]
<어디 아파서 왔어요?>
″코 나오고 기침하고 열 나서‥지루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이곳의 마감 시간은 밤 11시.

오늘 하루 원장 선생님은 15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화장실 딱 2번 다녀온 게 전부입니다.

최근 소아과 전문의 2명이 그만두면서 진료 시간은 더 늘었습니다.

[김민승/천안 달빛어린이병원 원장]
″계속 기다리는 애들이 많았고 심지어는 ′기다리다 잠들었어요′하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좀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2014년부터 도입한 달빛어린이병원은 현재 44곳.

평일 오후 11시, 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 환자를 돌봅니다.

휴일과 야간 진료시간만큼 수가를 50% 더 받는다지만 오히려 적자만 커지는 상황.

[이인규/천안 달빛어린이병원 원장]
″우리 아니면 누가 환자 보랴 그걸로 남아 있는 거예요. 내가 소아과 손 놓으면 이제는 사실 소아과 더 아무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포기하려는 병원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박솔잎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이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