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현주

비행만 연간 1천여 시간‥'우주방사선 위암' 산재 첫 승인

입력 | 2023-11-06 20:21   수정 | 2023-11-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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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1년에 천 시간 이상, 20년 넘게 비행기에서 근무하다 위암으로 숨진 승무원에게 산재가 인정됐습니다.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암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건데요.

그동안 항공 승무원에 대해서 혈액암 등이 산재로 인정 된 적은 있지만, 위암 같은 고형암에 대해 산재가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임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95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객실 승무원으로 일한 송 모 씨.

25년가량의 근무기간 중 절반은 미주-유럽 노선을 다녔습니다.

연 평균 비행 시간만 1천 22시간에 달합니다.

송씨는 지난 2021년 4월 위암 4기 진단을 받았고, 불과 20여 일 만에 숨졌습니다.

53세, 중고등학교 자녀 둘을 둔 가장이었습니다.

유족은 ′우주 방사선에 피폭돼 암이 발병했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쟁점은 누적 피폭 우주방사선량이 기준치를 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규정상 승무원은 연간 6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단축과 연료절약을 위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미주-유럽 노선의 경우 우주방사선 노출량이 최대 5배 이상 높아지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이 누적 피폭된 방사선량이 안전기준을 넘지 않도록 비행스케줄을 편성해 왔다″면서 ″위암과 우주방사선의 상관관계 역시 밝혀진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방사선량이 과소 측정됐을 가능성이 있고 장거리 비행으로 불규칙한 식생활을 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암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류현아 노무사]
″이러한 사례로 인해서 근로자들 항공 관련된 종사자분들 건강에 대한 예방 대책이 구축되는 계기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주방사선 산재는 백혈병 등 혈액암에 국한됐는데 고형암에 우주방사선 산재를 인정해준 건 송 씨가 처음입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들에게 건강상담과 필요한 의료제공을 지원 중″이라며 ″우주방사선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를 강화해 직원들의 건강 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임현주입니다.

영상편집: 김진우

※바로잡습니다.

추가 취재 결과 2021년 5월 대한항공 승무원의 유방암에 대해서도 산재가 인정된 사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고형암에 우주방사선 산재를 인정해준 것은 송씨가 처음′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