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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
[친절한 기자들] 비 흔해진 그린란드‥취재 중에도 빙하 무너져
입력 | 2023-10-18 07:37 수정 | 2023-10-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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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뉴스의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드리는 <친절한 기자들>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극과 가까운 그린란드에서 극지방의 기후와 빙하의 변화를 취재하고 온 기후환경팀 김민욱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옷이 보통 기자들은 정장을 입고 오는데 오늘 좀 독특합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 기자 ▶
그린란드 현장을 취재할 때 입었던 복장 그대로 나와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두껍지는 않죠?
북극과 가까운 곳이었지만 취재 중에 영하로 떨어진 날은 없었고요.
비가 오는 날도 많았습니다.
일단 방송 영상부터 같이 보시죠.
◀ 리포트 ▶
높이 50m가 넘는 거대한 얼음벽이 서 있습니다.
남극을 제외하고는 지구상 가장 거대한 빙하, 그린란드 대륙빙하의 남서쪽 끝자락인 러셀 빙하입니다.
수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눈이 만들어낸 장관.
빙하 아래쪽에는 떨어져나온 얼음 조각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빙하 끝자락엔 여기저기 금이 가 있어 곧 추가 붕괴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빙하 내부에서 얼음이 녹아 생긴 물은 아래쪽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빙하 주변 땅은 딱딱한 동토층에서 초지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여기에 올여름 이상기후로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차량용 도로는 끊겼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산길은 질퍽한 습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렇게 파랗게 풀들이 자라고 있고. 며칠 동안 비가 계속 와서 지금 발이 계속 빠집니다.″
◀ 앵커 ▶
영상을 보니까 취재 기간에도 비가 많이 온 것 같은데, 원래 극지방에 저렇게 비가 많이 옵니까?
◀ 기자 ▶
물론 아닙니다.
사실 그린란드와 그린란드가 포함된 북극권 지역은 비가 많이 오지 않거든요?
저희 취재팀이 저 러셀빙하를 두 차례 찾아가서 촬영했는데, 이틀 모두 비가 왔습니다.
주민들은 특히 올해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고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북극의 지난 20년 온난화 속도가 지구 평균보다 4배는 빠르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극지방에 비가 내리고, 빙하 앞에 습지가 생기고 이런 것도 분명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겠죠.
◀ 앵커 ▶
북극에서 기후변화가 이렇게 빠르면 그린란드를 덮고 있는 빙하도 좀 빨리 녹고 있을 것 같습니다.
◀ 기자 ▶
저희가 모두 두 곳의 빙하를 촬영했는데요.
촬영하는 동안 굉음을 내며 무너지는 빙하를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실제 그린란드의 빙하는 지금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현 시점에서 그린란드 전체 빙하의 3.3%, 110조 톤은 불가역적으로,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전 지구 해수면은 평균 27센티미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죠.
◀ 앵커 ▶
그래도 최근에는 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든지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겁니까?
◀ 기자 ▶
빙하 녹는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러셀빙하보다 북쪽에 있는 사르카디웁이라는 빙하입니다.
가로길이 5킬로미터인 저 웅장한 빙하가 최근 5년 동안 빠르게 뒤로 후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땀을 흘리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빙하에서 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빙하는 말 그대로 많이 녹을수록 빨리 녹습니다.
빙하가 녹으면 가장자리는 토양과 섞이는데 이러면 하얀색인 눈이나 빙하의 상태보다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서 더 빨리 녹습니다.
여름철에 하얀색 승용차보다 검정색 승용차가 더 뜨거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화석연료가 탄 뒤 대기중에 배출된 검은 탄소, 높아지는 바닷물 온도도 빙하를 빨리 녹게 합니다.
이 속도는 과학자들의 예측을 넘어서서 20년 전보다 5배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앵커 ▶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간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지구 기후의 균형을 잡아서 빙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 기자 ▶
네, 말씀하신 대로 극지방의 빙하는 지구의 ′냉장고′ 같은 존재입니다.
극지방이 낮은 기온을 유지해야 전반적인 지구 기후의 균형이 유지됩니다.
이 냉장고가 고장이 난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겠죠?
때문에 그린란드의 변화는 8천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한반도에서도 유심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앵커 ▶
네, 기후환경팀 김민욱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