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다은

남부지방 뒤덮은 소나무재선충‥확산 속도 못 따라가는 방역 체계

입력 | 2024-04-27 20:20   수정 | 2024-04-27 21:09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소나무를 붉게 시들게 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남부지방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방제 작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눈에 보이는 소나무만 방제하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데요.

이유가 뭔지 이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울산 북구의 한 산책로.

길옆 곳곳에 천막으로 덮은 훈증 더미가 모여 있습니다.

농경지와 인접한 야산에도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낸 흔적과 훈증 더미가 보입니다.

이처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흔적을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거 지역과 가깝거나 주민들 눈에 잘 띄는 감염 소나무를 우선적으로 방제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음성변조)]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하기 때문에 저희는 설계를 이제 생활권이랑 가시권 위주로 먼저 하거든요.″

보여주기식 방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선충병 감염이 심한 지자체는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어 ′책임 방제구역′을 할당하고 사업비를 지원합니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감염 소나무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와 방제 계획 없이 정해진 예산 안에서 민간 업체에 사업비를 준다는 겁니다.

업체는 이 때문에 외부에 노출이 잘 되는 감염 소나무 먼저 방제를 진행하고 사업비가 소진되면 방제를 중단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지자체 관계자 (음성변조)]
″저희가 전량을 조사한 경우는 현재까지 없는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전량을 만약에 조사하게 되면은 훨씬 예산이 이것보다 많이 필요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컨트롤 타워에 해당하는 산림청이나 시도 차원에서 총괄적인 방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자체가 각개전투식으로 방제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재선충병은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발생하는데, 다른 지자체와의 방제 협력은 불가능한 구조인 겁니다.

[송동근/산림기술사]
″수십억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방제 전략을 수립하지 않는 것은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환경단체들도 방제 전략의 부재를 지적합니다.

[김원호/녹색연합 활동가]
″어디까지는 꼭 지키고 어디는 방제를 넘어 재난 대비를 할 건지 고사목 처리를 할 건지 이런 전략을 지금 당장 수립해야…″

지난 1988년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올해를 포함해 3년 동안 2천242억 원의 막대한 방제 예산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소나무들은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준환/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