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뉴스데스크
엠빅뉴스
14F
정치
사회
국제
경제
문화
스포츠
뉴스데스크
조건희
"이 언덕을 어떻게 매일 걸어 오르라고"‥서울시, 상명대 앞 버스노선 조정 추진
입력 | 2024-07-05 20:28 수정 | 2024-07-05 22:58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한 달 전 서울 상명대학교 근처 언덕을 오르던 버스가 미끄러져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최근 들어 이 근방에서 사고가 반복되자, 서울시는 아예 언덕을 오르는 노선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이 길을 걸어올라가야 할 학생들과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건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마을버스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결국 벽에 부딪힙니다.
지난 6월 서울 상명대학교 근처 언덕길에서 일어난 사고로, 승객 등 37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목격자]
″집에서 소리가 그냥 꽝하고 이거 이거 철이 ′착′ 소리가 나니까 놀래서 뛰어나와 봤지.″
이런 버스 사고는 최근 2년 새 이 근처에서만 4번이나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사고를 낸 차량은 중국산 전기버스로, 국토교통부는 해당 차종에서 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일이 반복되자 결함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또, 지난해 9월 발생한 버스 미끄러짐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기사의 운전 과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서울시가 버스노선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언덕을 올라 상명대까지 가는 버스 노선은 시내버스 7016번과 마을버스 서대문08번, 종로13번 등 모두 3갭니다.
이 중 2개는 언덕을 오르기 전 정류장에서 회차시키고, 나머지 하나는 언덕을 내려가는 노선만 남기는 안이 유력합니다.
″사고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언덕길이 아니었다면 사고가 아예 나지 않았을 거″라며, 그 길을 아예 올라가지 못하게 한 겁니다.
당장 상명대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상명대 학생과 교직원, 부속 중·고등학교 학부모 등 5천 3백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9%가 노선 조정을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상명대 관계자는 ″언덕 경사각이 최대 16도나 되는데 스키장 중급 코스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하소연했습니다.
[모성연/상명대 학생]
″저희는 그렇게 간절하게 타고 있는데 이걸 만약에 없애신다고 하면 저희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박준현/상명대 학생]
″가방을 메고 전공 서적들을 채워서 올라오면 땀이 막 줄줄 흐르고 올라와서 다리가 후들릴 정도로 정말 힘들고‥″
7016번 버스가 서는 상명대입구 정류장입니다.
그다음 정류장인 상명대 정문까지 직접 걸어가 보겠습니다.
이곳까지 9분 30초가 걸렸는데요.
노선이 조정될 경우 학생들은 이 언덕길을 매일같이 걸어 올라야 합니다.
주민들 역시 노선이 바뀌면 불편하다는 입장입니다.
[지공식/동네 주민]
″여기 시장이 없어요. 불광동 가야 있지. 마을버스가 이게 꼭 필요한 거지. 그러니까 두 정거장을 가든 세 정거장을 가든.″
당초 서울시는 오늘 중 7016번 버스노선 조정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학생·주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다음 주에 의견을 추가로 듣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조건희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이원석 / 영상편집: 김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