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문다영, 이정은

'아침이슬' '상록수' 김민기‥청년 저항 상징 잠들다

입력 | 2024-07-22 20:39   수정 | 2024-07-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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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나이 스물에 지은 이 노래로 청년 문화의 원형이자 저항의 상징이 된 사람. 극단 학전의 대표 김민기 씨가 지병으로 향년 73세의 나이에 별세했습니다.

그는 음악인이자 연출가였고, 한국 대중문화계의 선구자였으며 자기 자신을, 무대의 ′앞것′들을 빛나게 해주는 ′뒷것′이라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문다영, 이정은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그저 고맙다′ ′할 만큼 했다′

영원한 청년 김민기 학전 대표가 이 말을 남기고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가을 위암 4기를 진단받았는데 암이 간으로 전이되며 병세가 악화 됐습니다.

[김성민/학전 총무팀장(유가족)]
″′그냥 정말 다 그냥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지. 너가 걱정이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그림 대신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7·80년대 그의 노래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자 군사정권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했습니다.

[고(故) 김민기/ 2001년]
″주변에 감시나 그런 게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 정상적인 어떤 사회생활이라 그럴까 그런 거를 할 수도 없었고…″

한 때 공장 노동자, 농부가 돼 민중 속으로 들어갔던 그는 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열고 공연 연출가로 변신했습니다.

배울 학, 밭 전 ′배움의 밭′이라는 뜻대로 학전은 문화 예술계의 인재를 키워내는 ′못자리′가 됐습니다.

[장현성/배우(학전 출신)]
″저희가 건강히 좋은 시간들을 선생님 덕분에 보냈던 거 같습니다.″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가 이룩해놓은 거는 어마어마한 우리 문화유산의 자산이 됐죠.″

그렇게 33년을 버텼지만 학전은 올해 3월 재정난과 건강문제로 문을 닫았습니다.

발인은 24일이며, 이 날 유족은 예전 학전이 자리했던 아르코꿈밭극장에 들렀다 장지로 향합니다.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이원석 / 영상편집: 김민지

[아침이슬/김민기 작곡·김민기 노래]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스무 살의 미술학도 김민기가 ′아침이슬′을 내놓았던 1971년.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때였습니다.

[고(故) 김민기/2000년]
″사회분위기가 굉장히 좀 어수선했고 그런 중에 어떤 개인적인 결단이라고 그럴까 무슨 그런 것을 내려야되지 않나…″

작곡을 한 그는 ′사상범′으로 분류돼 고문을 받았고, 노래는 금지곡이 됐습니다.

군사 정권의 감시 속에 학교도 졸업 못했던 그는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업해 일을 하며 노동자들을 위한 야학도 운영했습니다.

이 시기 노동자 부부들의 합동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노래가 <상록수> 입니다.

[상록수/김민기 작곡·김민기 노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역시 금지곡이 됐지만 노래는 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91년 문을 연 학전은 이름 그대로 사람을 키워냈습니다.

김민기는 무대 위 ′앞 것′들이 빛나도록 하는 자신을 ′뒷 것′이라 칭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내주었습니다.

김광석, 들국화, 윤도현가 학전에서 노래할 자리를 찾았습니다.

[고(故) 김민기/ 2011년]
″TV 이런데서 댄스뮤직 이런 것들도 전부 이제 갈 때 한 쪽 그 컴컴한 지하 극장에서 어떤 아날로그의 맥을 쭉 이어올 수 있지 않았나…″

4200회 넘게 공연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은 한국 최초로 모든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했고 모든 배우를 오디션으로 뽑았습니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가 학전 출신입니다.

그러나 김민기는 잘나가던 지하철 1호선을 2008년 중단하고 아동극에 몰두했습니다.

소위 돈이 안 돼도 미래 세대를 놓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었습니다.

[고(故) 김민기/ 2011년 ]
″아이들에 관한 그런 어떤 문화가 그냥 손을 놔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쟁이의 고집을 가진 김민기, 이제 영원한 청년이자 뒷 것으로 남았습니다.

MBC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편집: 유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