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장애인의 10%에 이르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은 약 26만 명, 웬만한 지방 시군 인구보다 많습니다.
최근엔 자립하는 발달장애인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게서 돈을 갈취하는 사람들도 있고, 스스로가 돈 관리에 서툰 경우도 있죠.
그래서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는 공공과 민간의 지원책은 있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청주의 한 카센터에서 일하며 업주로부터 10년 동안 수시로 맞고 임금도 못 받았던 발달장애인 김 모 씨.
[MBC ′뉴스데스크′ (2016년 9월 12일)]
″′거짓말 정신봉′, ′인간제조기′라는 글귀가 쓰여진 둔기로 상습폭행한...″
김 씨는 4년간의 소송 끝에 밀린 임금 등 9천여만 원을 되찾고 취업에 성공해 자립했습니다.
″이건 마늘쫑. <응, 마늘쫑.>″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일상 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물건을 충동적으로 사고, 쌈짓돈을 털리는 등 금전 관리가 어려웠습니다.
[활동지원사]
″이 (발달장애인) 친구가 주점에다가 술 한잔 먹고 카드를 맡겼나 봐. 그거 가지고 주점 사장이 깡을 한 거 같아요.″
===
54살 발달장애인인 박모 씨 역시 청년 시절 임금을 가로채던 양어머니에게서 합의금을 받아내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거나 명의를 빌려줬다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박 모 씨/발달장애인]
″아는 동생 OO이라고 있어요, 통장 같은 거, 주민등록증 있냐 (그래서)...″
[김수민/사회복지사]
″발달장애인 특성상 그게 정말 호의인지 아니면 이분이 나를 뭘 이용하려고 하는 건지 그걸 명확하게 분별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고.″
김 씨와 박 씨에게 도움을 준 건 정부의 재산관리지원 서비스.
신탁 계약으로 재산을 정부에 맡기면 월세 등 정기 지출도 챙겨주고, 매주 용돈 지급을 통해 계획적 자금 사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2015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통해 시작된 이 서비스는 2020년부터는 보건복지부까지 참여해 전국에 56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 4억 6천만 원의 시범 사업에 3년째 머물러 있다 보니, 올해는 추가 신청자를 40명밖에 못 받았습니다.
[서창숙 국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재산관리지원) 접수를 하려고 하면 이미 다 마감됐대요. (한 발달장애인이) 급여를 80 얼마를 받았어요. 근데 돈을 하루에 다 써버리는 거예요. 사 먹고 누구도 빌려주고... 신탁에서 이걸 관리해 주지 않으면 이분들은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
내년에는 본 사업으로 전환시킨다는 게 복지부의 최근 발표였지만, 진척은 더디기만 합니다.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선 가장 먼저 해야 될 게 어떤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되거든요. 다른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은 법률적 근거가 다 있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복지부는 법 개정은 검토 중이며, 내년 예산은 편성돼 있어 기존 규모의 지원은 계속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