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 승무원 수백 명이, ′건강 이상′이 있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거리 노선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방사선 피폭 위험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건데요.
손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2년, 당시 23년 차 베테랑 승무원이었던 이현진 씨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방에 악성 종양, 즉 암이 발견된 겁니다.
종종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돼 일해왔던 터라, 우주방사선 피폭에 의한 발병이 의심스러웠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했습니다.
[이현진/대한항공 승무원]
″2022년 초부터 조금 안 좋았었는데요. 진단받고 수술받고... 그 이후에 산재 받기까지 한 1년 반 정도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이 씨처럼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암 등의 질병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조종사와 승무원은 11명에 달하며 대부분 ′우주방사선 과다 노출′이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원자력안전재단이 지난해 제주항공과 티웨이 등 저비용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에 대해 혈액 검사를 진행해 보니 529명이 재검이나 추적 관찰 등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검사에서 빠진 항공사들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걸로 보입니다.
비교적 단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 항공사 근로자들도 방사선 피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비용 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인력도 적은 데다 단거리 노선은 그만큼 비행 횟수도 더 잦다″면서도 ″사측에 인력을 더 뽑아달라고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항공사들은 승무원의 방사능 누적 노출량 허용 기준을 5년간 100밀리시버트에서 연간 6밀리시버트로 대폭 낮췄지만 평균 0.49밀리시버트인 원전 종사자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이준석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6밀리시버트 이하는 안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건강문제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기 때문에 10년, 20년간 장기 노출됐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있느냐 이런 것들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꼭 살펴봐야 되는 부분이다‥.″
항공사들은 ″북극 항로 등을 통과해 방사선 노출이 심한 장거리 노선 근무를 제한하는 등 피폭량을 관리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 당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