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일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고 그사이 전염이 된다는 급성 호흡기 질환 백일해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가운데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통계작성 이후 첫 사례인데, 올해 신고된 백일해 환자는 작년보다 무려 100배, 재작년보다는 무려 1천 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신부와 영아 예방접종이 필수적인데, 질병관리청은 소아청소년의 접종까지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제은효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올 여름 코로나19와 함께 확산됐던 백일해.
정부는 유행주의보를 발령하며 백신 접종을 당부했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홍정익/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 (지난 8월 1일)]
″비교적 증상이 가볍고 감염 시 위험한 1세 미만 환자 수가 적은 점, 높은 예방접종률 그리고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사망 보고가 없었음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환자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침이 심해 병원에 갔다 백일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입원 치료를 받다 증상이 악화돼 이달 4일 숨졌습니다.
생후 2개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세 차례 백신을 맞아야 했지만, 사망자는 예방 접종을 할 수 없었던 태어난 지 두 달이 안 된 영아였습니다.
백일해는 올 들어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292명에 그쳤던 백일해 환자는 올해는 이달 초까지 3만 명을 넘었습니다.
7세에서 19세가 88%로 대부분이지만, 첫돌 이전의 영아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주당 두세 명 정도였다가 이달 첫 주 12명이 파악됐습니다.
[김은선/소아과 전문의]
″개원 30년 경력인데요. 올해같이 (백일해 유행이) 많이 느껴지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백일해 환자를 여러 명 받고…″
유행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3만 명 이상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해 35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 3천여 명이 감염된 영국에서도 10명이 사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3년 전 대유행했던 코로나19의 여파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발병하지 않았던 다른 감염병에 대해 지역 사회의 면역 수준이 떨어진 데다, 마스크 해제 등으로 접촉이 늘면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재갑/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 때 유행하지 못했던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이제 코로나19 이후에 크게 유행을 하는 패턴들이 백일해 말고도 되게 많거든요. 코로나19의 후유증의 하나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백일해는 대부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접종이 불가능한 생후 2개월 전 영아의 경우 감염 시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태아의 면역을 위해 임신부는 27주 이후 백신을 맞아야 하고, 영아를 돌보는 부모나 의료 종사자도 접종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