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서일영

'쌀값 폭락'에 항의‥황금 들판 갈아엎는 농민들

입력 | 2024-08-20 06:53   수정 | 2024-08-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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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최근 쌀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애지중지 기른 논을 갈아엎은 농부들과, 재고를 떠안은 농협 관계자들까지 거리로 나섰습니다.

서일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벼들을 트랙터가 밟고 지나갑니다.

1천6백여 제곱미터 황금 들판이 진흙밭으로 변해버리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여 분.

[이영범/50년 차 벼 재배 농민]
″보면 속상하지 나도 농사짓고 내 피땀 흘려서 해 놓은 논을 갈아엎으니까…″

정부의 쌀값 20만 원 보장 약속과 달리 17만 원 선까지 하락한 쌀값과 재고 대란에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들이 애써 키운 벼를 포기하며 투쟁에 나선 겁니다.

농민들이 갈아엎은 논은 4월에 심어 8월이면 벼 베기가 시작되는 조생벼로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쌀 재고 대란의 주된 원인으로 수입쌀 물량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매년 연간 40만 8천700톤의 고정 물량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

쌀 자급률이 92%인 상황에서 국산쌀 생산량의 10%가 넘는 물량을 매년 국내로 들여오다 보니 쌀 과잉 문제가 불거졌다는 겁니다.

[정학철/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
″일본 같은 경우는 쌀을 수입하는데 사료용으로 정해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쌀을 밥쌀용으로 그리고 가공용으로 수입해서 유통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정에 재고 대란을 겪는 일부 농협 관계자들도 농민들과 함께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윤재선/강진군 도암 농협조합장]
″당장 농가들이 수확해 오는 나락을 놓을 데가 없어서 야적해야 되는 상황이란 말입니다.″

농민들은 다음 달까지 각 지역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마친 뒤 오는 11월에는 서울에서 제2차 ′쌀값 보장 농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서일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