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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준
[기자의 눈] 청소년 언론 '토끼풀' 백지 신문 낸 이유‥2025년에 '불온문서' 취급?
입력 | 2025-10-22 20:40 수정 | 2025-10-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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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중학생 기자들이 모여 매달, 사회 이슈를 기사로 다루는 토끼풀이란 청소년 독립신문이 있는데요.
서울의 한 중학교가 교육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이 신문을 압수하고 배포를 막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항의의 뜻으로 백지신문을 냈는데 검열이 일상이었던 7,80년대가 떠오릅니다.
<기자의 눈> 박진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신문 1면이 백지입니다.
청소년 독립신문 <토끼풀> 10월호입니다.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뜻입니다.
서울 은평구 4개 중학교 32명의 학생기자들이 모여 사회, 교육 문제를 다뤄온 <토끼풀> 신문.
[문성호/′토끼풀′ 편집장(중3)]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이 없는 그런 문제를 지적해서 (정책이) 수정되기도 했고..″
그런데 지난 8월, 한 중학교에서 <토끼풀> 신문 100부를 압수하고 배포를 막았습니다.
′교육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8월호 내용인 청소년 노동인권, 기후위기 등 어떤 기사가 교육의 중립성을 해친 건지 물었지만 학교는 침묵했습니다.
[문성호/′토끼풀′ 편집장(중3)]
″정보공개 청구도 하고, 전화도 해보고, 설명이 없었고. 그냥 규칙위반이다..″
결국 학생들은 지난주 백지 신문을 냈고 시민 사회도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2만 6천명이 항의 서명했고, 서울시교육청까지 조사에 나서자 교장은 학생 기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황당합니다.
″너희를 허가해 주면, 또 다른 불건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신문사가 나와도 허가해줘야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실제 이 학교 생활규칙에는 ′불온 문서를 탐독, 제작, 유포할 경우 징계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검열이 일상화됐던 70,80년대에서나 봤을 법한 규칙으로 학교 측이 학생 언론을 일방적으로 ′불온문서′ 취급한 셈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
″학교에서 어떤 판단이었는지까지는 지금 확실하게 파악은 안 되는데요.″
또다른 중학교에서도 <토끼풀> 지난 호가 정치인을 인터뷰하고 탄핵, 계엄 등의 내용을 담았다며 이후 배포를 금지했습니다.
[문성호/′토끼풀′ 편집장(중3)]
″아직 학교가 100% 민주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87년도 이후에 청산되지 않은 그런 잔재가 학교에 있는게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 제 21조,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이 조항의 초석이 된건, 1929년 광주학생운동의 ′학생 선언문′입니다.
일제는 불온문서로 치부했지만, 대한민국 자유의 뿌리는 학생들의 용기있는 표현에서 시작됐다는걸, 2025년의 교실은 기억해야 합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영상취재: 전효석, 위동원 / 영상편집: 나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