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들이 수백만 원대의 술접대를 받아 논란이 됐던 ′검사 술접대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술접대는 결국 사실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오히려 이 내용을 폭로한 김봉현 씨의 진술에 허위사실이 많다며, 허위 진술의 기획자로 김 씨 측 변호사를 지목해 구속까지 하려 했었죠.
그런데 당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입수해 살펴봤더니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뜬금없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겨냥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 영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잘못돼 있었는데요.
손구민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0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구치소에서 편지로 폭로에 나섰습니다.
자신이 현직 검사 세 명 등에게 고액의 술접대를 했고, 정관계 인사들에게는 돈을 주며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자,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 지휘에서 배제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검사 술접대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검찰이 오히려 김봉현 씨 폭로에 상당부분 허위가 있었다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직접 겨냥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재작년 허위 폭로의 기획자로 지목하며 청구한 김봉현 씨 측 이 모 변호사 영장에서, 이 변호사가 김 씨에게 ″우리가 먼저 폭로하면 법무부장관 쪽에서 뭐든 해줄 거라며 보석 등 신변 보장을 조건으로 걸자고 했다″, ″이 변호사가 여권 인사들을 만나, 법무부장관에게 직보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적극 돕겠다는 답을 받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개입된 정황이 확인된다″며, 사실상 추 전 정관 등 여권인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두 차례 청구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검찰이 믿기 어려운 김 씨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삼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김 씨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붙잡힌 직후였고, 이전에도 이미 각종 사건에서 진술을 뒤집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김 씨 주장을 근거로 작성된 검찰의 영장은 사실 관계도 크게 흔들렸습니다.
1차 영장에선 이 변호사가 한 달 동안 남부구치소에서 김 씨와 함께 허위 폭로 입장문을 작성했다고 했지만, 2차 영장에서는 김 씨가 이틀 동안 혼자서 입장문을 썼다고 말이 바뀌었습니다.
또, 1차 영장에서는 이 변호사가 김 씨에게 여권 정치인의 재판에 두 차례 위증을 시켰다고 했지만, 일부 증언이 무효처리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2차 영장에서 삭제했습니다.
검찰이 자신들의 비위를 폭로한 김봉현 씨를 통해 추미애 전 장관을 겨냥했지만,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잘못됐던 겁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누구를 겨냥해서 수사하지 않았다″며, ″당시 제기돼온 의혹과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