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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민
[제보는 MBC] 지급정지 하니 "나도 피해자"‥진화하는 피싱
입력 | 2025-11-17 20:32 수정 | 2025-11-1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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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에 계좌 정지를 요청하는 ′지급 정지′ 제도가 있는데요.
최근, 지급 정지를 요청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매일 같이 연락해, 계좌 정지를 풀어달라고 압박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왜 계좌정지를 풀라고 하는 걸까요.
<제보는MBC> 고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 모 씨(가명)는 지난달 수상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웬 남성이 ′아들을 데리고 있다′고 협박했습니다.
[피싱범 - 이 모 씨 (지난 10월 통화, 음성변조)]
″내 발을 밟았어요. 사과 안 해도 괜찮은데 왜 나보고 미친 XX라고 욕을 해요. <아‥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이 XX 내가 죽여버리지도 못하고…″
계좌 4개에 50만 원씩, 모두 2백만 원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피싱범 - 이 모 씨 (지난 10월 통화, 음성변조)]
″감옥에서 나온 지 지금 이틀밖에 안 돼서 지금 생활이 안 돼요. 아줌마가 내 용돈 좀 챙겨주고…″
허겁지겁 150만 원을 보낸 뒤 이 씨는 아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곧바로 은행에 지급 정지를 요청했습니다.
피싱범이 돈을 빼가지 못하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한 시간여 뒤 이 씨 통장에 150만 원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뒤이어, 돈을 보낸 사람 3명이 잇따라 연락해 자신들도 계좌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모 씨 (가명, 음성변조)]
″모르는 계좌번호에서 돈이 들어와서… 자기들이 이제 영업을 못 하게 된 상황이 되었으니 풀어달라…″
공범일지 몰라 버텼더니 이 씨에게 거의 매일 연락이 왔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 정체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 주장대로 이른바 ′통장묶기′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 없는 법인 명의 계좌에 돈을 보내도록 사기 친 뒤 지급 정지 조치가 되면 풀어줄 테니 돈을 달라고 법인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계좌주들이 한통속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 조직들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 조직 주요 계좌에 일부러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보내 계좌 정지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한 대포통장 조직은 은행 콜센터 직원을 끌어들여 경쟁 조직의 공격이 들어오면 입금계좌를 바로 확인한 뒤 돈을 돌려보내 거래정지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급 정지 제도가 도입된 지 14년, 진화하는 범죄 조직들에 의해 악용되면서 피해자 고통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김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