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류현준

"기후협약 안 지키면 국제법 위반" 세계를 움직인 섬나라 학생들 [남태평양③]

입력 | 2025-11-28 20:29   수정 | 2025-11-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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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해 연속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은 산업선진국보다 훨씬 적은데도 피해는 더 크게 겪고 있는 불공평한 현실에 섬나라 학생들이 국제사회에 법적 책임을 물었고, 이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의 역사적 결정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류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푸른 바다가 펼쳐진 바누아투 이피라 섬의 한 해안가.

바다 아래를 들여다봤습니다.

형형색색의 산호 대신 죽은 산호의 잿빛 조각들이 가득합니다.

[마르셀/이피라 섬 주민]
″과거에는 산호들이 매우 화려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이클론이 몰려와서 몇몇 산호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바누아투 주변 해수면 온도는 지난 40년 꾸준히 상승했고, 바다 생태계도 급변했습니다.

[마르셀/이피라 섬 주민]
″기후 변화 때문에 물고기들이 멀리 가버리고 있어요. 어제는 4~5시간이나 고기를 잡았는데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대대로 거주해 온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습니다.

[토마스/팽고마을 주민]
″우리 모두, 이 마을 모두가 바다에 의존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천천히, 천천히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박과 고구마를 키우던 사만 제곱미터의 밭.

두 달 전 폭우에 작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반복되는 피해에 한 해 농사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메튜이/농부]
″우리 조상들은 심고, 수확하고, 모든 것이 순환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심으면 피해가 나고, 또 심으면 피해가 나고… 계속 피해뿐입니다.″

두 달 전 홍수 피해로 새로 개척한 수박밭인데요.

마을 전체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농어업과 관광업이 주산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도 않은데 기후위기엔 최전선에 서 있는 바누아투의 현실.

지난 2019년 법대생 27명이 기후변화에 대해 산업 선진국들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 유엔에 따져 물었습니다.

[신시아 후니우히/당시 USP 로스쿨 학생 (현 옥스팜 활동가, USP 강사)]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어요. 기후법을 더 공부할수록 더 우울해졌거든요. 지금의 법 체계는, 특히 섬나라 사람들에겐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6년 뒤인 지난 7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는 기후협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국가 간 손해 배상도 가능하다는 역사적인 결정을 도출했습니다.

[랄프 레겐바누/바누아투 환경부 장관]
″단지 선언을 하고 약속을 하는 방식으로 가는 이 길이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높은 법적 권위로부터 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얻고 싶었습니다.″

[신시아 후니우히/당시 USP 로스쿨 학생 (현 옥스팜 활동가, USP 강사)]
″모두 같은 배에, 혹은 같은 행성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후 변화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최전선′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권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