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김범석 '지시' 뒤 싹 달라졌다‥조직적 '차단'

입력 | 2025-12-19 20:00   수정 | 2025-12-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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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열심히 일한 기록이 남지 않게 하라는 김범석 쿠팡 창업주의 지시와 대외비 산재 대응 문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쿠팡 노동자 장덕준 씨의 죽음이었습니다.

쿠팡은 이때부터 자신들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왜 쿠팡의 대응팀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왜 유족을 쿠팡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 보겠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20년 10월 12일.

장덕준 씨 사망 당시, 쿠팡에는 장례식장 대응팀이 없었습니다.

수십 명의 동료들이 조문했고, 직접 목격한 상황을 유족에게 전했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방명록을 보니까 한 50명 정도가 다녀간 거예요. ′되게 고생했다. 그날 이제 통증을 호소했다′라고 이야기를 듣고 나서 뭔가 좀 이상하다.″

동료들의 증언으로 시작된 과로사 의혹은 언론 보도로 이어졌고, 곧 국회 국정감사까지 번졌습니다.

그 무렵, 쿠팡 내부에선 은밀한 대응책이 논의됩니다.

물 마시기, 잡담과 서성거림, 짐 없이 걷기.

CCTV에서 이런 장면만 골라 부각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지시.

″열심히 일한 기록이 남지 않게 하라.″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말이었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씨 어머니]
″자료가 다 회사에 있잖아요. 회사가 자료를 안 내면 저희 유가족은 이걸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두 달 뒤, 김범석 창업자는 국내법인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합니다.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9일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쿠팡 내부에서 처음으로 ′산재 대응 문건′이 작성됩니다.

사망 사고가 나면 유족은 누가 만나고, 언론과 국회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사고 ′이후′를 관리하는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한 문건입니다.

그 뒤로, 쿠팡 장례식장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씨 어머니]
″(쿠팡 노동자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가 장례식장을 일부러 갔어요. 쿠팡 직원들이 딱 나와서 그 앞에 입구에서부터 막고 있더라고요. ′아, 이게 뭔가가 좀 달라졌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논의되던 시기 발생한 고 장덕준 씨의 죽음.

그 직후 쿠팡에선 창업자의 은폐 지시 정황이 드러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재 대응 매뉴얼이 대외비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과로나 질병으로 산재 승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