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구민

[알고보니] 호르무즈 통행료 30억, 정말 내야 하나?

입력 | 2026-04-01 20:14   수정 | 2026-04-0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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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초대형 유조선 1척이 운반하는 원유량은 현재 시세로 3천억 원어치쯤 되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한 척당 우리 돈 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받겠다는 입장인데.

통행료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이게 과연 국제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유사한 사례는 있는지,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손구민 기자가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육지에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와 달리 여러 나라에 둘러싸인 바다의 일부입니다.

바다의 경계와 사용규칙을 정한 국제법인 유엔 국제해양법협약은 국제 해협에 대해 모든 나라 선박의 ′통과 통항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안국의 안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방해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란은 이 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제법에는 정식 협약 외에도 국가들이 오랜 기간 일관되게 지켜온 ′국제관습법′도 포함되는데요.

국제관습법 역시 국제 해협의 ′통과통항권′을 1946년 국제사법재판소의 첫 판례 이후에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이란이 다른 나라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방해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란이 이렇게 국제법을 어겨도 국제사회가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이란과 같은 비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재판할 수 없고, 국제사법재판소도 당사국이 재판을 거부하면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국제법은 어디까지나 국가들 간의 합리적 대화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할 뿐 전쟁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겁니다.

국제 해협에서 가장 최근 통행료를 요구한 사례는 제국주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429년부터 4백여 년간 북유럽 외레순 해협에서 덴마크가 통행료를 안 낸 선박에 대포를 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는 전 세계가 힘의 논리로 지배됐던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셈입니다.

알고보니, 손구민입니다.

영상편집: 나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