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유나

법정까지 침투한 'AI 위조'‥재판부도 속았다

입력 | 2026-02-12 06:48   수정 | 2026-02-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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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AI로 조작한 가짜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구속을 피한 사기범이 다시 구속됐습니다.

문제는 조작된 서류를 제출해도, 그동안 판사가 진짜 서류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겁니다.

김유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부산의 한 게스트하우스.

손님으로 온 한 20대 청년이 본인을 의사이자 코인으로 돈을 번 수십억 자산가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곤 게스트하우스 사장에게 쿠르즈 선박 사업 투자 명목 등으로 3억 2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남성이 보여준 의사 자격증과 가상화폐 거래 내역은 모두 AI가 만든 가짜였습니다.

곧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사기범은 풀려났습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남성이 ″일주일 안에 돈을 모두 갚겠다″며 9억여 원이 찍힌 통장 잔고 증명서를 판사에게 제출한 겁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가 없자 검사가 은행에 확인해보니, 사기범의 계좌는 23원이 전부였습니다.

[김 건/부산 동부지청 형사3부 부장검사]
″거래 내역이나 여러 가지 어떤 금융 관련된 중요한 서류들까지 다 AI 이용해서 위조했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확인된…″

사기범은 그냥 생성형 AI인 챗지피티에 숫자를 바꿔 달라는 간단한 명령만으로, 위조서류를 만들었습니다.

가짜 서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무력화한 건데, 문제는 법원이 그동안 피의자들이 내는 서류의 진본 여부를 아예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상 사법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판사 출신 변호사 (음성변조)]
″현재는 법원에서 위조된 문서를 골라내는 시스템이 부재합니다. 설마 판사에게까지 위조된 서류를 제출하겠느냐는 선의에 기초하기 보다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보입니다.″

사기범은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추가돼 구속됐지만 위조 서류로 사기범을 풀어준 법원은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유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