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동경

[스트레이트] 관료인가? 로비스트인가? 줄줄이 건설업계로

입력 | 2020-09-06 21:11   수정 | 2021-04-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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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공산품도 농산품도 아니고 주택이니까 가격규제를 하면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사는 집이니까 규제를 좀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조승원 ▶

가격 규제는 사회주의 나라들이나 하는 거다 라는 장관의 말도 참 그렇습니다. 집은 기본권 문제잖아요. 그리고 또 따지고 보면 전기, 수도, 가스, 대중교통까지 어느 정도 규제를 하잖아요.

◀ 이동경 ▶

네, 국토부 홈페이지를 보면 자기들 4대 임무를 적어놨습니다. 보편적 주거 복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에 실현 이렇게 돼 있습니다.

◀ 조승원 ▶

보편적 주거복지, 서민 주거안정 이런 게 시장에만 맡겨둔다고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왜 국토부가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 이동경 ▶

한마디로 답하기엔 어렵지만 몇 가지 단서들은 있는데요.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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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한건설협회.

대형 건설업체들의 이익단체입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웬만한 재벌 건설사들이 모두 회원사입니다.

이곳의 2인자는 정병윤 상근 부회장.

국토부 고위 관료 출신입니다.

국토정책국장과 청와대 비서관, 국토도시실장을 역임했고, 2015년 국토부 업무 전체를 총괄하는 기조실장까지 올랐습니다.

퇴임하고 2017년 11월 건설협회 부회장이 됐습니다.

정부 고위 관료에서, 건설업계 이익단체 2인자로 변신한 겁니다.

정병윤 부회장.

올해 2월 국토부로 찾아가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부가 부실공사를 한 건설사에게 벌점을 더 강하게 부과하는 제도를 입법 예고하자,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탄원서를 받은 오른쪽 사람은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

정병윤 부회장의 국토부 후배입니다.

정 부회장은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정병윤/대한건설협회 부회장(2018년 1월 불교방송)]
″′규제 완화가 이제 특혜다′ 이런 인식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그 특혜를 해소하면 규제 완화가 진짜 돈 한 푼 안 들이고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정책 수단이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윤왕로 씨.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서명교 씨.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건설정책국장을 지낸 김형렬 씨입니다.

역시 재벌 건설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외건설협회.

최근 10년간 회장들의 면면을 봤더니 박기풍, 최재덕, 이재균 회장이 모두 국토부 차관 출신입니다.

가격 규제는 사회주의 국가나 하는 일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앞장섰던 권도엽 국토부 장관.

[권도엽/국토부장관]
″그런 가격 규제가 되고 있는 물품이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건교부 관료 출신으로 차관까지 지낸 뒤 김앤장 고문으로 갔습니다.

장관이 되기 직전까지 한 달에 2,500만 원을 받고 김앤장을 위해서 일했습니다.

[권도엽/장관 후보자(2011년 5월 인사청문회)]
″그 당시에 처신을 좀 더 사려 깊게 했어야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장관을 그만두고 나서는 CJ대한통운 사외이사, GS건설 사외이사를 거쳐, 지금은 또 다른 건설업체 한미글로벌 사외이사로 재직 중입니다.

한때는 서민 주거복지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토부 관료였다가, 지금은 건설업계의 로비스트로 변신한 사람들.

이런 사례는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김성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
″관료들은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맨날 국민들과 눈높이 해서 정책을 짜지 않아요. 관료들은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건설업계나 훨씬 더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그런 정책을 훨씬 만들어 내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보여집니다.″

<스트레이트>는 정병윤 건설협회 부회장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국토부 고위 관료가 퇴직하고 건설사들 이익단체 일을 하는 게 적절한지 질문했습니다.

정 씨는 ″퇴직공무원 취업심사에서 승인받아 적법하게 취업했고, 전문성을 살려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12월 ′강남재건축 특혜 3법′의 국회 통과 당시.

국토부 고위 관료들 상당수가 강남 아파트를 포함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였습니다.

여형구 2차관, 최정호 기조실장, 정병윤 국토도시실장, 김재정 주택정책관이 모두 다주택자, 그것도 강남 아파트 보유자였습니다.

정병윤 당시 국토도시실장.

퇴직 후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으로 간 그 사람입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만 두 채를 갖고 있었습니다.

최정호 당시 기조실장.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아파트 3채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습니다.

김재정 당시 주택정책관.

한 경제신문사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불이익을 줄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스스로가 강남 재건축 등 두 채를 가진 다주택자였습니다.

김 씨는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기조실장까지 올랐습니다.

스트레이트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국토부 재산공개 대상자들 전체의 재산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294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124명으로 전체의 42%나 됐습니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는 99명으로 전체의 34%였습니다.

집값 정책을 담당하는 또 다른 부처, 기획재정부도 분석했습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기재부 재산공개 대상자 129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47명으로 전체의 36%였습니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는 68명으로 전체의 53%였습니다.

이런 숫자는 현 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재산공개 대상자 89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36명으로 40%, 강남 아파트 보유자는 25명으로 28%였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재산공개 대상자 37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12명으로 32%, 강남 아파트 보유자도 12명으로 3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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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