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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삼성이 개인과 싸워 져본 적 없다!"

입력 | 2020-10-18 21:03   수정 | 2021-04-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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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원 ▶

청담동, 개포동, 도곡동 이 동네들 재건축 서류는 다 보관돼 있는데, 대치동 서류만 통째로 사라졌다? 누군가가 증거를 인멸하려고 없애버린 거 아닙니까?

◀ 이지선 ▶

강남구청 직원들이 서류를 찾기 위해 협조를 많이 해주셨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직원들도 도대체 왜 대치동 서류만 사라졌는지 많이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허일후 ▶

이 정도면 강남구청이 나서서 진상조사를 하든지,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서 수사를 하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이동경 ▶

그렇지 않아도 고발은 물론 법원에 소송까지 낸 조합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사에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나왔고, 가처분 소송도 삼성물산 쪽이 이겼습니다.

◀ 조승원 ▶

수사도 무혐의, 소송도 패소했다? 수사나 소송은 제대로 된 겁니까?

◀ 이동경 ▶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그것도 미심쩍은 점들이 드러났습니다. 그 얘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먼저 이 소송 과정에서 벌어진 기막힌 얘기들이 더 있습니다. 회유와 협박입니다.

◀ 허일후 ▶

삼성이라면 뭐 기막힌 일까지는 아닐 것 같은데요. 무슨 얘기입니까?

◀ 이동경 ▶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사우나 안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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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실아파트 재건축 조합 이사였던 김학긴 씨.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26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한 베테랑이었습니다.

퇴직 후인 2005년 이 경력을 살려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 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2009년, 문제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재건축 전문가인 김 씨가 보기에 삼성물산이 공사를 따낸 과정은 불법 투성이였습니다.

2010년 12월 말, 그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김학긴 청실 재건축조합 전 이사]
″조합 측은 이 불법과 탈법을 처음부터 자행을 하고, 이 자행된 거를 가지고 2011년도에 관리처분계획총회를 열려고 했습니다. 총회에서 조합원도 모르게, 사실관계를 모르고 통과되면 모든 게 거기에서 다 끝나버리는 문제예요.″

소송을 낸지 열흘 만인 2011년 1월 11일.

잘 알고 지내던 철거업체 사장이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두 사람.

철거업체 사장은 삼성물산 일 때문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입을 다물게 하는 조건으로 삼성에서 청실아파트 철거 공사권을 따냈는데, 이게 다 엎어지게 생겼다는 겁니다.

[철거업체 대표 / 2011년 1월]
″(삼성이) ′김학긴 씨를 너희들이 잘 케어 해줘라. 그러면 일을 주겠다.′ 이렇게 잘 됐단 말이에요. 그런데 나는 잘 간 줄 알았는데 형님하고 삼성하고 자꾸 오해가 벌어졌잖아. 내 역할이 없어져 버리는 거야. 그러면 삼성이 나 일 못 준다 이거야.″

그러면서 김 씨에게 소송 취하를 요구했습니다.

취하만 하면 보상도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철거업체 대표 / 2011년 1월]
″결론은 뭐냐 하면, 형님이 소송을 취하해 주셨으면 하는 거야. 형님이 소송하고 돈도 들어갔을 것이고 이것저것 힘든 것 있을 건데 그것을 우리가 다 들어드리고, 형님 힘든 부분을. 형님이 소를 좀 취하를 해주세요. 나 일 좀 하게. 내가 그래서 형님 뵌 거니까.″

김 씨는 그 자리에서 거절했습니다.

[김학긴 / 2011년 1월]
″아니, 불법이 있는데 무슨 불법을 갖다가 공모를 하란 이야기야? 참 답답하네. 너는 가만히 있으라고 그랬잖아. 왜 자꾸 나서느냔 말이야. 네가 왜 나설 위치도 아니고, 대상도 아니고 그런데 왜 자꾸 나서느냔 말이야. 왜?″

[철거업체 대표]
″형님, 오늘 이후로 형님 못 뵐 것 같습니다. 형님하고 나하고 그럼 자폭할 수밖에 없어. 내가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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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업자의 회유가 실패하고 며칠 뒤.

이번에는 삼성물산이 직접 나섰습니다.

[김학긴 청실 재건축조합 전 이사]
″아마 십 며칠 뒤일 겁니다. 그래서 십 며칠 뒤 같으면 한 2011년 1월 하순경, 근데 정확한 날짜는 기록이 안 돼 있어서 잘 모르겠고.″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

삼성물산 현장소장과 임원이 나왔습니다.

[김학긴]
″가니까 얼굴을 임 소장은 잘 아는데, 한 사람이 더 앉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임 소장한테 저분이 누구냐 하니까 자기 직속 상무다. 그래서 이제, 김 상무다.″

김씨는 이번에도 대화 내용을 녹음하려고 녹음기까지 준비해갔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습니다.

그 장소가 특이했다고 합니다.

[김학긴]
″앉으려고 하니까 ′여기에 앉지 말고 일단 사우나에 내려가서 하자.′ 그래서 내가 ′왜 사우나에 가느냐. 사우나에 이 사람들아, 네 거 내 거 다 벗고 거기 가서 뭘 하겠다는 이야기냐.′ 하니까 ′아이고 그냥 조용, 여기보다는 오히려 좀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하 1층 사우나로 내려갔습니다.″

두 사람은 사우나 탕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요구했습니다.

녹음기를 가져갈 수 없는 곳입니다.

김학긴 씨, 삼성물산 현장소장 임모 씨, 그리고 김모 상무.

사우나 온탕 안에서 셋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마디가 충격적이었습니다.

[김학긴]
″′아이고 선배님 여기 뜨뜻하니 좋습니다. 온탕으로 오십시오.′ 그래서 온탕에 들어갔죠. 들어가니까 거기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유 선배님 우리가 공문서 잘못 만들어서 그거를 했는데 좀 눈감아 주시죠.′″

삼성 측이 서류 조작을 순순히 시인했다는 겁니다.

눈만 감아주면, 뒷돈을 챙겨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합니다.

[김학긴]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라 하니까 ′선배님, 우리 회사는 사실 뭐 윤리 경영을 하기 때문에 직접 돈은 직접 못 드립니다.′ 그러면서 ′철거 공사, 토목 공사, 골조 공사. 그거 업체 선정권을 선배님한테 드릴 테니까 거기에서 필요한 금액은 선배님이 눈감아 주는 대가로 가져가라.′″

김 씨가 그 자리에서 거절하자, 삼성 측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합니다.

[김학긴]
″′아유 뭐 저희들이 선배 대접을 해주려니까 안 되겠네요.′ 그때부터 이제 상무가 그냥 쌍시옷 비슷하게 이야기하면서 ′삼성이 한 개인하고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김 씨는 이들이 사우나 온탕 안에서 한 마지막 협박성 발언을 지금껏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학긴]
″′우리가 전화하면 검사가 한 시간 만에 쫓아온다.′ 그 정도로 검사하고 삼성하고 밀접하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너 김용철 변호사처럼 바보 안 되려면 가만히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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