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지경

[스트레이트] 죽음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혐오와 조롱, 성소수자의 현실

입력 | 2021-03-14 20:36   수정 | 2021-04-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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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오늘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김지경 기자 나와있습니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이슈가 됐었죠?

◀ 허일후 ▶

퀴어 퍼레이드, 퀴어축제라면, 성소수자들 축제인데요

우리도 매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죠?

◀ 김지경 ▶

네, 이 퀴어축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퍼레이드에 가볼 거냐 말거냐로 시작된 논쟁이 금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번져 나갔습니다.

지난달 18일 열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TV 토론.

발단은 금태섭 전 의원이었습니다.

[금태섭/당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제3지대에서 단일화하는 후보들이 퀴어 퍼레이드에 서울시장으로서 나간다면 저는 진짜 변화를,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서울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퀴어 퍼레이드에 나가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안철수/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자기의 인권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권들도 굉장히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즉 본인이 믿고 있는 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그렇지만 또 그것에 대해서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그런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의 권리 못지 않게 이들의 축제를 반대할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는 게 안 후보의 주장입니다.

퀴어 축제가 ′노출 등 성적수위가 높아′ 일부 시민들에겐 불편할 수 있으니 도심 말고 잘 보이지 않는 외곽에서 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예로 들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제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종의 퀴어 축제를 카스트로 스트리트라는 곳에서 합니다. 그건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서 샌프란시스코의 남부 쪽에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에서 하지 않는다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국민의 힘 김종인 위원장도 안 후보의 말에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월 22일])
″상당수의 사람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인 서울시청 앞 같은 데서 그걸 해야 되느냐에 하는 것에 대해서 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봐요.″

보궐선거에 나선 다른 후보들도 저마다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언주/당시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 후보]
″동성애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할 권리도 물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반대할 자유도 인정돼야 한다. 동양 사회에서 미풍양속 이런 것들을 해치면서까지 허가 내 줄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차별이 없어야 한다, 첫째. 두 번째,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을 이용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거는 규정이 있습니다. 심의위원회가 있습니다. 거기서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말씀하신 것처럼 포용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또 다양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퀴어 축제)를 저는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퀴어 축제 논란은 제대로 매듭도 못 지은 채, 곧 다른 선거 쟁점에 묻혔습니다.

[양선우/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퀴어 문화축제 자체에 대해서 정치에서 계속 이용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정책에 반영해서 ′이런 정책을 내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이 어떤 그 사람의 진보적인 성향이나 보수적인 성향을 가르는 질문으로 많이 사용이 된다거나…″

정치권에서 퀴어 축제를 두고 논쟁이 오가던 지난 달 24일.

트랜스젠더 김기홍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제주도에서 퀴어 축제를 처음 만들었고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내걸고 총선에 녹색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활동가였습니다.

[故 김기홍 씨 (지난 해 2월)]
″성소수자 사회에서 자살기도, 죽음 소식은 특별한 일이 되지 못합니다. 굉장히 슬프게도 잊기도 전에 또 접할 정도로 잦습니다. 왜 그럴까요? 마주한 장벽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오랜기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김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SNS에 남긴 글입니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

[신현정/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이미 퀴어들은 외곽에, 이 사회의 정말 가장자리에 외곽에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근데 이 사람들한테 또다시 외곽으로 나가라고 하는 건 전 정말로 살인 행위 같아요.″

이미 가장자리에 있는데 여기 사람들을 떨어지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장례가 끝난 뒤 어렵게 통화가 된 김씨의 어머니는 뜻밖에도 SNS에 남은 자식의 흔적부터 지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조롱과 비난의 댓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故 김기홍 씨 어머니]
″성 소수자들이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잖아요.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자기가 살기 힘들어가면서, 아파가면서 그런 생활을 하겠어요. 그렇게 운명을 타고난 것을. 그건 병도 아니고 우리하고 다른 것뿐인데. 그런 거를 좀 이해해주고 남아있는 사람들 마음 안 아프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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