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템 위너 시스템이요, 소비자들 입장에서 여기저기 귀찮게 비교하지 않고도 ′최저가′로 살 수 있으니, 참 편리해 보였는데, 그 이면에 이런 문제가 있었군요.
◀ 허일후 ▶
무엇보다 다른 판매자가 공들여 쌓은 제품 콘텐츠를 ′아이템 위너′에게 다 넘겨준다…
이게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 이동경 ▶
네, 쿠팡은 약관에 다 동의를 했다고 하는데, 취재에 응한 판매자 중에는 아예 이런 내용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 성장경 ▶
깨알 같은 약관을 꼼꼼히 읽는 분도 드물 것이고, 설마 이런 황당한 내용이 있을 줄은 생각 못했을 거 같습니다.
◀ 이동경 ▶
그런데, 판매자들이 겪는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팔아도 쿠팡이 중간에서 정산을 터무니없이 늦게 해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배송은 로켓인데, 정산은 거북이.
쿠팡의 이중적인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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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쉬는 날이 없어요~ 로켓배송은 1년 365일 쉬지 않으니까요~″
[① 50일 뒤 정산]
쿠팡 로켓배송 상품으로 기능성 베개를 판매 중인 최 모 씨.
4년 전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로켓배송 매출이 70%에 달할 정도로 판매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돈 걱정이 더 커졌습니다.
쿠팡이 바로바로 정산을 해 주지 않아 자금이 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 모 씨/쿠팡 판매자]
″무엇을 해도 머릿속에서 그게 떠나질 않죠. 항상 자금 압박 같은 것들. 우리 같은 경우는 자금의 여유가 많은 업체가 아니다 보니까 몇 천만원만 그렇게 묶여 있어도 사실 대미지(손해)가 크거든요.″
쿠팡은 판매자에게서 로켓배송 상품을 미리 사들인 뒤 물류센터에 보관합니다.
이어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센터 안에서 포장을 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합니다.
쿠팡의 초고속 배송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정산은 물건을 떼 간 뒤 최소 50일 이후에나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3월 중순에 쿠팡에 물건을 납품했다면, 실제 물건값은 5월 초가 돼서야 들어오는 겁니다.
그래서 쿠팡에선 물건이 잘 팔려도 걱정이란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최 모 씨/쿠팡 판매자]
″매출이 많이 늘어나도 당연히 좋아할 수만은 없는 거죠. 준비해야 될 자금이라든가 상품들 같은 것들이 더 많아지니까. 자금 순환이 제대로 안 되면 흑자도산이 될 수가 있죠. 저 같은 경우도 1~2주 단위로 콕콕콕 자금들 막히고 그러잖아요. 자금 늦게 들어오고 그럴 때…″
로켓배송이 아닌 일반배송 상품 정산도 마찬가지.
쿠팡의 ′주정산′ 제도.
한 주 판매분의 70%를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나중에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3월 1일부터 7일까지 한 주 동안 물건을 팔았다면, 쿠팡은 이 판매 대금의 70%를 4주 뒤인 4월 2일에, 나머지 30%는 다다음달 첫날인 5월 1일에 입금해 줍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한 뒤, 꼬박 두 달이 돼서야 물건값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쿠팡 농산품 판매자]
″1월에 나간 금액을 100% 받으려면 3월까지 기다려야 되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3월까지 버티려면, 저희가 쿠팡 매출이 1억 원이 나왔을 때는 2억 원을 가지고 있어야 되고. 매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계속 한 달씩 돈이 물려있는 거죠.″
대금 정산에 두 달 가까이 걸리는 이유는 뭘까?
쿠팡은 고객이 환불을 원할 때 따지지 않고 바로 해 주려면, 대금을 묶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11번가 등 경쟁업체들의 평균 정산 기간은 9일에서 10일 정도입니다.
똑같이 반품, 환불 관련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정산 기간은 쿠팡보다 확연히 짧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정산 기간을 더 줄인 이른바 ′로켓정산′ 프로그램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의 구매확정 다음 날이었던 정산일을 배송예정일 바로 다음 날로 단축한 겁니다.
[☎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
″′빠른 정산′을 도입하면서, 물건을 주문 결제하고 한 2~3일 정도에 정산이 빨리 되면서 (기존보다 정산이) 일주일 정도는 앞당겨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경쟁사와 달리 쿠팡은 대부분 직매입이라 정산기간도 차이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판매자의 물건을 사서 되파는 방식이라, 고객응대부터 재고부담까지 다 지고 있고, 그만큼 비용도 시간도 더 든다는 겁니다.
[② 황당한 셀러론]
판매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쿠팡은 ′선정산 프로그램′이라는 걸 내놨습니다.
말이 정산이지, 은행에서 먼저 대금을 받고 대신 이자를 내는 대출상품이었습니다.
쿠팡에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물건값을 연리 4.8%의 이자를 물고 미리 당겨오는 겁니다
[☎ 김 모 씨/쿠팡 화장품 판매자]
″굉장히 불합리하죠. 내 돈 받는 건데 왜 얘네들한테 돈(이자)까지 줘가면서 내가 받아야 하는 형태인 건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받아야 되나… 진짜 화가 나죠.″
더 황당한 건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소상공인이 많다 보니, 대출한도가 소진돼 금세 마감되기 일쑤입니다.
[최 모 씨/쿠팡 판매자]
″수백 군데가 진행할 거 아니에요? 동시에. 그 시간에. 마치 수강 신청하듯이 동시에 진행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그 한도 여유가 만약에 예를 들어서 5억 원이 있다고 하면, 5억 원이 소진되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제대로 실행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리고 말아버리는 거죠. 그런 것들이 계속 비일비재하니까.″
[③ 현금흐름 ′흑자′]
쿠팡은 왜, 바로 정산을 안 해주는 걸까?
만성 적자인 쿠팡은 이번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번 돈이 지출한 돈보다 많아졌다′고 신고했습니다.
현금 흐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래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착시에 가깝습니다.
1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매입채무.
그런데 매입채무는 쿠팡이 판매자들에게 아직 주지 않은 판매대금, 즉 외상값입니다.
지난해 매출이 급증하면서, 쿠팡이 계좌에 묶어놓은 정산금도 함께 늘어난 겁니다.
판매자에게 대금을 제때 주지 않아서 현금이 많아진 듯 보이는 건데, 쿠팡은 사업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자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