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홍신영

[스트레이트] 논란의 엘시티, 108개 '빈 칸' 세대의 비밀

입력 | 2021-04-25 20:47   수정 | 2021-04-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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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오늘은 계속되는 특혜분양 의혹, 바로 부산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죠.

엘시티와 관련된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홍신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홍신영 ▶

안녕하십니까.

◀ 성장경 ▶

홍기자, 부산 엘 시티는요.

몇 년동안 계속 이런 저런 의혹이 나왔잖아요.

◀ 허일후 ▶

최근엔 박형준 부산시장 때문에 화제가 됐었고요. 재보궐 선거기간에.

◀ 홍신영 ▶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박형준 부산시장과 관련된 의혹도 자세히 취재를 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리고 엘시티의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된 여러 문건들을 입수했습니다.

이 문건들을 근거로 의혹을 추적했습니다.

◀ 허일후 ▶

아 문건들이요, 사실 엘시티 관련 의혹이 정말 많이 나오기는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많이 분들이 궁금해 하세요.

취재내용이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 홍신영 ▶

네, 먼저 그동안 이 엘시티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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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고의 관광명소 해운대 해수욕장.

넓게 펼쳐진 동쪽 백사장 바로 앞으로 초고층 건물 세 동이 들어서 있습니다.

엘시티.

101층 짜리 랜드마크타워 한 동, 그리고 84층 아파트 두 동으로 구성된 초고급 아파트입니다.

1층부터 8층까지는 상가와 수영장, 운동시설 등이 들어와 있고, 101층 건물엔 레지던스호텔도 입주해 있습니다.

비수도권에서는 유일한 100층이상 건물, 국내에서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바다에서 수영하다 곧장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이른바 ′비치프론트′ 아파트.

정말로 해운대 해수욕장을 앞마당으로 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모습입니다.

아파트 안에서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광안대교와 동백섬,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본 쓰시마섬까지 볼 수 있습니다.

[엘시티 홍보영상]
″한걸음에 만나는 해변을 사계절 누리는 일상, 모두가 꿈꾸는 365일 휴양 같은 삶이 해운대 맨 앞에서 펼쳐집니다.″

아파트 내부 역시 독일제 붙박이 가구 등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다고 홍보했습니다.

이 엘시티에 투입된 사업비는 2조7400억원.

2015년 분양당시 3.3제곱미터 당 평균 분양가는 약 2750만원이었습니다.

247제곱미터, 75평 아파트가 20억원 정도였던건데, 지금은 50억원까지 올랐습니다.

현재 입주해 있는 세대는 882세대.

가장 작은 면적인 191제곱미터도 시세가 30억원에 육박합니다.

말 그대로 초호화 아파트.

그럼 현재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스트레이트가 제보받은 엘시티 아파트 내부 모습, 엘시티 아파트 고층 세대의 실내에서 주민이 직접 찍은 영상입니다.

벽면 곳곳에 휴지를 붙여봤더니, 다 바람에 계속 펄럭입니다.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완벽하게 닫은 상태인데도 이렇습니다.

바람이 집 안으로 심하게 새어들어 오는 겁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입주민은 바람때문에 너무 추워서 집에서 텐트를 치고 잔 주민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근재/엘시티 청년회장]
″커튼월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게 아주 집안에 태풍이 들어온다고 표현해야 될 게 맞지 싶어요. 주민들 생각은… 말도 안 되는 거죠.″

이번엔 아파트 복도 엘리베이트 앞 영상.

한 남성이 온 힘을 다해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아 직접 손으로 문을 닫으려는 걸로 보입니다.

[엘시티 입주민]
″기밀이 안 돼 있으니까, 바람이 세니까 이게 엘리베이터 문이 안 닫히는 거예요. 안에서 찬 바람, 따뜻한 바람이 마주치잖아요. 그러니까 연돌(공기 이동)이 생기는 거예요.″

바람이 아파트 복도까지 심하게 들어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시공사 직원들은 며칠동안 엘리베이터 옆에 의자를 놓고 대기해야했습니다.

24시간 엘리베이터 옆에 앉아 있으면서 문이 안 닫힐 때마다 수동으로 문을 닫아줬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아파트 측은 실내 벽을 뜯어 내고 내장재를 교체하는 공사도 진행했습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새어 들어온다는 민원이 계속 접수되자 아예 내벽 보강공사를 한 겁니다.

특혜분양 의혹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던 엘시티,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부실투성이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근재/엘시티 청년회장]
″우리 아파트가 ′비치 프런트 뷰′ 최고의 입지에 있기 때문에 그 당시에 그 금액을 주고 산 건데, 제 입장에서는, 시행사의 사기 분양이에요.″

분양 당시에는 그럴듯하게 말을 해 놓고 지금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주민들은 공사비를 빼돌려 로비에 쓰는 바람에 부실공사가 된 거 아니냐 의심하고 있습니다.

엘시티가 특혜 논란에 휩싸인건 인허가 단계인 2008년 이전부터였습니다.

하지만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건 지난 2016년부터입니다.

국정농단의 실체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던 2016년 11월, 엘시티 시행사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부산지검에 체포됐습니다.

[이영복/엘시티 회장 (2016년 11월 11일)]
(비자금 조성 혐의 인정하십니까?)
″검찰에서 성실하게 조사받겠습니다.″
(정관계 로비한 의혹에 대해서는요?)
″성실하게 조사받겠습니다.″

일단 회삿돈 5백여억원을 횡령한 혐의였는데, 관심은 그 돈을 어디에 썼느냐였습니다.

엘시티 인허가와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렸다, 특히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의 주인공 최서원씨와 계모임을 하면서 특혜를 받고 수사무마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지시 내용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엘시티 비리사건과 관련해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수사하고,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연국/청와대 대변인 (2016년 11월 16일)]
″대통령과 연관된 비리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입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었습니다.

[현기환/전 청와대 정무수석 (2016년 11월 29일)]
″지금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제가 아는 사실을 검찰에서 제 기억대로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입니다.″

현기환 전 수석이 직접 받은 돈은 4억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이영복-현기환 두 사람이 50억대 수표를 주고 받은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지만 어디에 썼는지 제대로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입을 굳게 닫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영복 회장은 지인 등 43명에게 ′새치기′분양을 받도록 특혜를 줬다고 인정했습니다.

2천여명의 사전 예약자보다도 먼저 분양권을 살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겁니다.

특혜 분양 43세대에는 금융권과 법조계, 고위공무원들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수사를 끝냈고,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들을 다시 고발하고 나섰지만, 검찰은 40여명 대부분을 다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분양받기는 했는데, 특혜인지 모르고 받았다는 이들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준 겁니다.

작년 10월30일, 그러니까 공소시효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검찰은 또 이들의 인적 사항을 모두 파악한 걸로 알려졌지만, 최종결정서에는 ′성명불상′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엘시티 시행사 직원들이 작성한 명단, 이른바 ′특혜분양 리스트′라고 불리는 문건이 경찰에 진정서 형식으로 제출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3차 수사.

이번엔 검찰이 아닌 경찰이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