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데 뭐 분양하면서 영업대상자 명단 만들 수 있죠, 그런데 누가 아파트 몇 채 를 희망했다, 몇 층을 부탁했다. 이런 형식은 분명히 이상하긴 합니다.
◀ 홍신영 ▶
네 그렇죠.
그리고 주목해서 보셔야할 또 하나의 문건을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 허일후 ▶
아, 또 있습니까. 이번엔 어떤 거죠?
◀ 홍신영 ▶
엘시티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권을 당첨받았던 사람들의 전체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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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는 엘시티 취재 과정에서 24장 분량의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엘시티 전체 아파트 882세대의 분양권 당첨자 리스트입니다.
분양이 시작된 2015년 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파트 층과 동 호수 옆에 분양권 당첨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그 옆에는 당첨자 이름도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입주를 할 건지, 다시 팔 건지… 또 대출을 받을 건지 말 건지.
당첨자의 향후 계획까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당첨자들을 일일이 접촉해 조사한 뒤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이 문건을 최초에 엘시티 시행사에 작성했다는 관련자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이후부터 엘시티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 부동산중개업자 A씨]
″10월 초쯤 되니까 여기 부동산들이 좌르륵 들어오는 거예요. 다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은 다 (분양권 당첨자) 명단을 사서 들어온다더라고요. 그래서 아 명단을 사는구나…″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 문건을 보고 분양권 당첨자에게 연락해 분양권 거래를 제안하고, 거래가 이뤄지면 수수료 수입을 올렸던 겁니다.
당첨자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문건을 분양업무를 책임진 시행사가 외부에 유출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문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전체 882세대 가운데 일부 세대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특정 동, 호수엔 당첨자 이름도, 연락처도, 다른 정보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빈 칸입니다.
이렇게 ′빈칸′으로 작성된 건 전체 882세대 중 정확히 108세대 였습니다.
도대체 이 108세대는 당첨자란이 왜 비어있을까.
이 108세대의 위치를 분석해봤습니다.
당시 해운대 해수욕장을 한 눈에, 가장 좋은 위치에서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인기가 높았던 위치, 즉 B동 3, 4호 라인이 34세대.
고층에서 보는 바다 전망이 좋아 선호도가 높았던 60층에서 84층 사이 32세대 등 대부분 분양 당시 인기가 높을 것으로 분류됐던 위치였습니다.
비교적 비인기 세대로 분류됐던, 저층이면서 도심 쪽을 조망하게되는 세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렇게 연락처가 적혀있지 않은 곳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분양권 거래 중개를 할 수 없습니다.
이 문건을 구했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당연히 시행사가 별도로 빼놓은, 즉 이미 주인을 정해놓은 세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 부동산중개업자 B씨]
″시행사에서 명단 깨끗하게 ′대출했다′, ′자납했다′, ′전화번호′, ′이름′ 이렇게만 유출이 됐는데 그게 이제 부동산에서는 영업자료를 쓰기 위해서 자기들이 또 메모를 추가로 한 거 아니에요. 비워놓은 거는 자기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굳이 노출시킬 필요가 없어서 안 적어 놨지 않겠나…″
당시 분양업무를 대행했던 업체 대표 역시, 시행사가 작성한 리스트에 특정 세대엔 당첨자가 적혀있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최00/전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
″공란은 줄 사람한테 사전에 다 맞춰놓은 거예요. 지금 공란에 나오는 거는 전부 확정자가 있던 거예요. X동에 X호 라인에 저층이 있어요. 근데 거기도 공란이 되어 있어요. 그거는 누구냐 하면 이영복 회장의 가까운 사람이 “나는 저기 들어갈란다”해서 원했던 게 있어요. 이 회장 쪽에서 작업을 해서, 자기들 거는 먼저 뺐어요 다. 그렇게 공란을 확정을 지어 놓고 나머지 거는 돌린 거죠 밖으로.″
어림잡아 10%는 로비용으로 미리 빼놓은 걸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이 분양권 당첨자 명단에 대해 엘시티 운영사인 ′주식회사 엘시티′에 입장을 물었습니다.
회사 측은 직원 일부가 업무를 위해 작성했을 수 있지만,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서를 만든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부동산중개업소에 당첨자 정보를 제공한 적도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전체 882세대 중 108개 세대는 당첨자 명단이 빈 칸으로 작성된 이유에 대해선, ″회사차원에서 작성된 문건이 아니어서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분양권 당첨자 리스트에서 빈칸으로 남아있는 108세대.
이 108세대의 등기부 등본도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낯익은 이름들이 나옵니다.
이른바 빈칸 세대 아파트의 주인 중 한명으로 또 부산고등법원장 출신 이기중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엘시티 회장님 리스트에도 있었던 인물입니다.
이 변호사가 분양 계약을 체결한 날짜는 2015년 10월 31일.
그런데 이 날은 아파트 분양 계약 넷째 날로, 사전분양 예약자들만 계약이 가능한 날이었습니다.
사전분양 예약자란, 1순위와 2순위 청약 당첨자 계약이 끝난 뒤, 남은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사전분양 예약자가 되려면 사전에 3천만원을 입금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기중 변호사는 사전분양 예약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사전분양 예약자만 계약을 했던 10월 31일에 엘시티와 분양계약을 한 겁니다.
또 다른 ′빈 칸′ 세대의 소유자는 A기업 이 모 대표.
이 대표 역시 이른바 회장님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물입니다.
사전분양 예약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대표도 이 변호사와 같은 날, 즉 사전분양 예약자만 계약을 하던 날 아파트 분양 계약을 했습니다.
시행사가 이들을 별도로 챙겨준 걸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 이00/기계제조업체 대표]
(직접 좀 확인이 필요해서요.)
″저는 지금 손님하고 미팅 중이라서 뒤에 통화합시다. 죄송합니다.″
(전화 한 번 주시겠습니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