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러니까 민감한 개인정보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유출된 것도 문제인데, 또 개인정보가 안 적혀 있는 부분이 더 의혹을 키우고 있네요. 참 묘한 상황이에요.
◀ 성장경 ▶
특히 위치가 좋은 세대 위주로 당첨자 명단이 안 적혀 있다… 글쎄요.
당시 청약 경쟁율도 높았을거 아닙니까?
◀ 홍신영 ▶
네 당시 경쟁률은 17대 1 이었습니다.
◀ 성장경 ▶
17대 1이요. 그렇다면…
시행사가 일부 위치가 좋은 세대에 당첨자를 미리 정해놨다, 다시 말해서 물량을 따로 빼놨다. 이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네요.
◀ 홍신영 ▶
네, 그래서 이 시행사 문건,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이 문건 인데요.
이번 주 중으로 부산의 시민단체가 이 문건을 수사 의뢰할 예정입니다.
◀ 허일후 ▶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 문건에 있는 이른바 ′빈 칸′ 세대요, 이 아파트 중 두 채를 박형준 부산시장 아들과 딸이 나란히 보유했어요.
◀ 홍신영 ▶
네 선거과정에서 특혜의혹이 불거졌는데, 박형준 시장은 적극적으로 반박을 했습니다.
과연 박 시장의 해명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검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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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재보궐 선거 기간.
엘시티가 다시한 번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84층 건물인 B동의 1703호와 1803호.
17층과 18층, 아래 위층으로 나란히 있는 두 아파트를, 박형준 부산시장의 아들과 딸이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5년 10월 28일 한 날에, 두 사람이 같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바로 아래 위층 두 아파트 분양권을 산겁니다.
둘 다 시행사가 작성한 분양권 당첨자 명단에 당첨자가 적혀 있지 않던 ′빈칸′ 세대 였습니다.
2015년은 박형준 시장이 국회사무총장이던 시절.
특혜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박형준 후보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지난 2015년, 아들과 딸이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분양권을 샀을 뿐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분양권 프리미엄, 즉 웃돈은 각각 700만원, 500만원씩 줬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미분양이 많던 상태에서 분양권 웃돈 5백만원 수준은 일반적인 거래였다고도 했습니다.
[박형준/당시 부산시장후보 (3월 19일 기자회견)]
″미분양 된 상태가 많았고, 분양권을 내놓은 사람들이 많았고 또 분양권도 제 아들이 산 곳 같은 경우는 저층이었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저층이어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그리 높지 않았다.
사실일까?
스트레이트는 엘시티 분양업무를 대행했던 회사 직원들을 만나봤습니다.
분양 대행사 직원들은 박 시장 아들과 딸이 구입한 17층과 18층은 선호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 엘시티 분양대행사 직원 A 씨]
″18층에 올라가 보시면 B동 3호 라인 올라가 보시면 압니다. 그게 워터파크가 한눈에 보이고요. 해운대 백사장하고 조선 비치도 보이고 바닷가 전경이 다 보입니다. 너무 위에 올라가면 밑에 사람들이 점으로 찍힐 거 아닙니까. 그런 건 큰 뷰가 아니거든요. 18, 17층 그 층수들이 뷰가 다 보이는 거죠. 뷰를 따져도 그쪽이 제일 좋은 겁니다.″
따라서 불과 7백만원, 그리고 5백만원씩의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샀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최00/전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
″최소 거기는 못 해도 (프리미엄이) 4~5천만 원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다른 거는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안으로 해서 2천만 원까지는 할 수 있었어도 처음부터 움직였던 거는 B동 3호 라인이 20층 이하로는 그렇게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이 움직였던 거예요.″
분양대행사 직원들은, 당시 이영복 회장의 지시로 당첨자들에게 연락해 100개 이상의 분양권을 다시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최00/전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
″전매를 통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한 거죠. 당첨권을 사서 피(프리미엄)를 주고 프리미엄이라는 돈을 주고 그러고 팔면은, 되팔면은 프리미엄 좀 많이 얹어서 하면 이문이 남으니까 그래서 그런 욕심에서도 했죠.″
이들은, 당시 분양권 거래금액을 실제보다 축소 신고하는 일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 엘시티 분양대행업체 직원 B 씨]
″그때는 마이너스 계약하는 게 그냥 관례상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1억 원으로 주고 샀다 하더라도 신고는 1천만 원밖에 안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양도소득세가 뭐 40%, 50%까지 나오니까. 5천만 원이라도 5천만 원 다 신고해버리면 2천 5백만 원, 3천만 원밖에 못 받고 가니, 딜을 할 수 있겠죠. 그럼 4천 5백만 원만 줘. 신고는 5백만 원에 하자.″
박형준 시장의 아들과 딸은 정말 웃돈 7백만원과 5백만원에 분양권을 샀을까?
스트레이트는 박 시장의 아들과 딸에게 분양권을 팔았던 이 모씨와 허 모씨를 직접 수소문해봤습니다.
이 중 박 시장 아들에게 분양권을 판 이모씨의 연락처를 확보해 여러차례 전화하고 문자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모씨가 살고 있는 주소지로도 가봤습니다.
지은지 꽤 오래 돼 보이는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없는지 전혀 응답이 없었습니다.
2015년 당시 박 시장 아들과 딸의 분양권 거래를 모두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엘시티에서 차로 10분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사무실에는 직접 분양권 거래를 중개했던 중개사는 없었고, 동료 중개사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료 공인중개사]
″아니요. 얘기하고 싶지 않대요. 그리고 자기 번호도 노출시키지 말라고 하니까. 그래서 제가 연락처를 못 가르쳐주고 했던 거라서 내가 자료는 받으면 보낼게요.″
수차례 부탁해 부동산 사무실 전화를 통해 해당 중개사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개사는 ″전혀 문제없는 거래였고, 의혹을 받아 억울하다″다고 말했습니다.
계약서를 정확히 어디에서 작성했는지 묻자, ″5년 넘게 지난 일이라 어디에서 작성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답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박형준 시장의 부인이 아들의 아파트 분양권을 다시 사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아들이 700만원의 웃돈을 주고 산 분양가 21억짜리 아파트 분양권, 이 분양권을 입주를 앞둔 2020년 4월, 어머니인 박 시장 부인이 아들에게 웃돈 1억원을 주고 다시 산겁니다.
[박형준/당시 부산시장 후보 (3월 19일 기자회견)]
″입주 최종시한이 5월 1일입니다. 그때까지 집이 팔리지 않아서 결국 그대로 가면 계약금과 그동안 물었던 이자들, 이런 것을 다 손해를 봐야 되는 형편이기 때문에 당시 부동산에 다 얘기를 해서 공정한 피(프리미엄)가 얼마냐 하는 것을 측정을 해서 1억 원을 지불을 했고 1억 원에 대해서 양도 차액에 대해서는 아들도 전부 양도세를 냈습니다.″
이 거래에 대해서도,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1억원의 웃돈은 시세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즉 실제론 더 많은 금액을 주고서, 세금때문에 축소신고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박 시장은 선거기간 중 아들과 부인의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자의 사실 확인서를 반박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1억원의 웃돈에 정당하게 계약했다는 확인서였습니다.
이 중개업소로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아무 문제없는 정상거래였다는 설명입니다.
[사실확인서 작성 부동산중개인]
″최초 분양 계약서를 봤으니까, 봤으니까 제가 사실 확인서를 그렇게 쓸 수 있었던 거지, 못 봤는데 제가 그걸 쓰면 그것도 거짓말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스트레이트는, 박 시장 부인과 아들의 거래가 있던 시기.
박 시장 아들 아파트의 윗층, 같은 면적 세대의 분양권이 4억원 가까운 웃돈에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190X은 이것도 그 당시에 매물이 나왔었던 물건이에요. 세금 거래는 3억 8천 거래라고 돼 있어요.″
(신고가 피?)
″그렇죠. 신고를 했는지 그 부동산이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트레이트는 박형준 시장 측에 2015년에 있었던 아들과 딸의 분양권 거래 계약서, 2020년에 아들과 부인 사이의 거래 계약서를 공개할 용의가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측은 전혀 문제없는 계약서지만, 개인간 사적인 거래계약서를 언론에 공개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박 시장 아들이 7백만원의 웃돈만 주고 산 증거라며, 분양권을 판 이모씨에게 7백만원을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당선 직후 박형준 시장은, 부인은 아무런 의혹없이 엘시티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시장으로서 초고가 아파트에 사는 게 부적절하다며, 곧 처분하고 이익금은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준/부산시장]
″서민들 정서에 맞지 않는 집에 산다는 도덕적 비판에는 제가 일정하게 수긍을 하기 때문에 머지않은 시점에 이 엘시티를 제가 이 적기에 처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일 어떤 남는 수익이 있다면 그것은 다 공익을 위해 쓰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박 시장이 거주 중인 부인 보유 엘시티 아파트 시세는 50억원에 달할 걸로 추정됩니다.
지난 2006년 11월, 해운대 관광리조트 개발사업 구역이 지정되며 엘시티사업의 막이 올랐습니다.
민간사업자로 엘시티가 선정된 뒤 2008년, 국토부는 관광시설만 들어설 수 있던 규정을 바꿔 50층 이상 주거시설을 허용했고, 2009년엔 부산시가 고도제한도 풀어줬습니다.
[양미숙/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고도도, (건물) 높이도 60m로 제한돼 있었고 아파트도 들어설 수 없는 건물에 411m 무려 몇 배 뭐 한 7배 정도의 건물이 들어서고 이제 용도도 아파트는 들어설 수 없는데 아파트가 들어섰지 않습니까.″
첫삽부터 특혜논란으로 출발해 반복된 특혜분양 의혹, 두 차례의 검찰 수사는 그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는 두 차례 걸쳐 엘시티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10여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장성규/변호사 (시민단체 측 법률대리인)]
″검찰로서는 차명으로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근데 그럼에도 이게 ′그 명단에 직접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없다′라고만 발표했을 뿐, 그 사람들과 유력인사들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제대로 수사하거나 살펴본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이게 과연 수사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이랬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