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박진준

[스트레이트] ABC협회장까지 신문 부수 조작 개입 의혹

입력 | 2021-05-09 21:03   수정 | 2021-05-09 21:09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허일후 ▶

정말, 가짜 자료 만들려는 온갖 꼼수가 난무하는 군요.

◀ 성장경 ▶

광고 단가의 기준이 된다니까 신문사들 입장에서 유료 부수 인정을 많이 받고 싶어하는 건 당연할테고, 그걸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하라는 게 ABC협회의 역할 아닌가요?

◀ 박진준 ▶

네, 그런데 지금 그 협회 자체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유료부수 조작 의혹은 무성한데 문체부의 2차 조사도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허일후 ▶

아니 정부 광고가 집행되는 잣대가 되는 건데. 이것도 세금이잖아요 더 꼼꼼하게 챙겨야죠.

◀ 박진준 ▶

네, 이 때문에 ABC협회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거나 전면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제 역할을 못하는 ABC협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조사대비′라는 제목의 한국ABC협회 내부 문건.

부수 조작 의혹을 조사하는 문체부를 계획적으로 방해하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문체부 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부각해야 한다며 범죄자 조사하듯 압박하면 행정기관의 갑질로 국가인권위나 문체부에 진정하거나, 제3의 조치도 불사할 것 이라고 써 있습니다.

의혹 해소에 앞장서도 모자랄 상황인 ABC협회가 정부조사에 딴지를 건 이유는 뭘까?

ABC협회는 신문사, 광고주, 광고회사 등 1000여 곳의 회원사를 둔 민간자율기구입니다.

그런데 2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가운데 신문사가 12, 광고주가 7, 광고회사가 4, 협회가 2명으로 신문사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임영호/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ABC협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뭐냐면 자기들이 제3의 독립된 기구가 아니라 아직도 신문사들을 모시는 일종의 서비스 기구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협회의 예산도 거의 전부 신문사에서 나옵니다.

애초에 객관성을 갖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게다가 협회장은 한국일보 사장 출신인 이성준씨가 맡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역대 회장 중에서도 유난히 신문사에 우호적이었다고 직원들은 증언합니다.

[ABC협회 직원]
″이성준 회장이 오면서 ′신문사는 ABC협회의 주인이고 여기 공사(조사)하는 사람은 그 주인을 섬기는 머슴이다′ 머슴이 어떻게 주인한테 대드냐. 싸우지 말고 민원 발생하지 않도록 해라′ 이게 취임사의 일성이었어요.″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간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ABC협회 직원]
″회장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저한테는 OO신문이라고 부수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 OO일보는 많이 나오는데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저한테는 실사 중에 전화해서 소리치고 혼내고 그랬던 게 있었고요.″

또 신문사에서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담당 직원을 불러 호통을 치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작년 2월, 한 신문사의 판매국장이 ABC협회 임원들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현장 조사를 나간 직원의 자료 요청은 정말 도가 지나치는 사찰이다,

이런 상황에서 000공사원과 원만한 본사 공사(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항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회장은 바로 다음 날, 해당 직원을 불러 야단을 쳤다고 합니다.

[ABC협회 직원]
″이성준 회장이 그 직원한테 내가 그 신문사를 얼마나 신경 쓰고 하는데 네가 가서 그걸 다 한꺼번에 망치고 왔냐는 식으로 혼난 적이 있었고요.″

[박용학/전 ABC협회 사무국장]
″출근해 보니까 막 뭔가 누구를 야단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심하게. (회장실) 들어가니까 제가 원칙대로 하라고 했던 것 때문에 이 공사원이 그렇게 했다고 저한테도 뭐라고 하더라고요.″

현장 조사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지 이성준 회장에서 물었습니다.

[☏이성준/ABC협회 회장]
″여보세요. 사무국하고 통화하시면 되잖아요. 사무국장하고 이야기하시라고요. 취재하는 거는 자유지만, 제가 답변할 의무가 있습니까.″

스트레이트는 공문을 통해 입장을 거듭 요청했지만 답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취임한 이 회장은 직전까지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 문체부로부터 취업 제한 판정을 받았습니다.

퇴직 후 3년간은 업무연관성이 높은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때문입니다.

ABC협회장에서 물러나는게 맞지만, 이 회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결국 2016년 대법원 패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2년여 동안 회장 자리에서 버텼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에서 패소하고도 이후 넉 달동안 꼬박꼬박 협회로 출근했습니다.

[박용학/전 ABC협회 사무국장]
″자원봉사 하는 건데 어떠냐? 이러면서 계속 출근하셨죠.″
(결재도 하고 한 거예요?)
″결재는 사인을 하면 안 되니까 본인이 연필로 표시만 했죠. 사인은 안 하고.″

이 기간 보수는 받지 않았지만 법인카드는 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취업제한 기간 3년을 넘기자 아무일 없었던 듯 다시 협회장 직무를 이어갔습니다.

신문사가 ABC협회의 주인이라던 이 회장은 신문사들의 적극적 지지로 지난 2018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