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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산
[스트레이트] 매일 오르더니 갑자기 폭락…잡코인 주의보
입력 | 2021-06-06 20:56 수정 | 2021-06-0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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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벌어도 ′억′, 잃어도 ′억′,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것 같습니다.
◀ 허일후 ▶
정말 억소리 나네요.
상한가, 하한가가 있는 주식 시장과는 차원이 달라요.
◀ 손병산 ▶
네, 원래 변동성도 큰데, 레버리지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극단적인 고위험 투자가 된 겁니다.
◀ 성장경 ▶
그런데, 문제는 비트코인 말고도 별별 코인들이 다 있더라고요.
◀ 허일후 ▶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를 ′알트코인′이라고 하더군요.
얼터너티브, ′대안′이라는 뜻이죠?
◀ 손병산 ▶
네, 맞습니다.
비트코인과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게 원래 알트코인의 취지입니다.
그런데 실체가 분명치 않은 이른바 ′잡코인′으로 불리는 가상화폐가 쏟아지면서, 피해를 입는 투자자도 늘고 있습니다.
◀ 리포트 ▶
2009년 1월 처음 발행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참여자들간의 거래를 기록한 장부를 각 참여자 컴퓨터 모두에 다시 분산해 저장해 놓는 겁니다.
중앙서버 한 곳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기록을 공유하다 보니,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 은행 같은 중앙 관리자도 없으니 가상화폐 계좌를 만들고 거래하는데 개인정보도 필요치 않습니다.
철저한 익명성 탓에 마약이나 총기 거래에도 악용됩니다.
[최상명/NSHC 수석연구원]
″P2P(개인 간) 거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송금이 가능해서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돈을 보내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활동에 악용될 수가 있습니다.″
발행 초기엔 비트코인 1만 개가 약 40달러의 가치로 인정받았습니다.
2010년 5월, 미국인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비트코인 1만 개를 주고 피자 2판을 사먹은 일화는 유명합니다.
현재 시세로는 4천억 원이 넘는 비트코인을 겨우 피자 2판과 맞바꾼 겁니다.
그러나 2014년부터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그 수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있습니다.
현재 1,900만개 정도 채굴됐고, 2040년쯤 채굴이 끝납니다.
쉽지 않은 채굴 공정과 희소성 때문에 ′디지털 금′으로 불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모든 가상화폐가 희소성을 갖는 건 아닙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지난 2월 초, ′도지코인′의 마스코트인 시바견을 들어올리는 패러디 사진을 SNS에 올립니다.
이어 4월 1일, 자신의 우주 업체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 놓을 것′이라고 적었고, 최근엔 시바견이 그려진 1달러 지폐로, ′도지코인이 1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해석을 유도했습니다.
[미 NBC SNL 방송(5월 8일)]
일론 머스크 어머니 : ″어버이날 선물이 기대되는구나. 설마 도지코인은 아니겠지?″
일론 머스크 : ″맞아요.″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탄생했습니다.
비트코인을 풍자하기 위해 재미로 만든 가상화폐로, 무제한 찍어낼 수 있어 희소성도, 가치 저장 기능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언급할 때마다 가격이 뛰어, 연초보다 최고 150배 이상 치솟기도 했습니다.
도지코인의 인기에 또 다른 강아지 코인도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시바견을 전면에 내세운 ′시바이누′.
또다른 일본개 아키타견에서 이름을 딴 ′아키타이누′ 코인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진돗개를 마스코트로한 ′진도지′ 코인도 나왔는데, 개발자가 자신의 보유 물량 30억 원어치를 한꺼번에 팔아치우고 잠적하면서, 가격이 ′0원′ 가까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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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코인은 또 있습니다.
[영화 ′명량′]
″아직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T코인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맞섰듯, T코인을 만든 업체는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중국계 자본이 휩쓸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자체 기술력으로 도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ㅇ업체 전 이사(지난 2018년)]
″반도체도 잘 만들고, IT 기술도 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가 안 하면 이거 다 뺏기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도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기술 경쟁을 하고 있을까.
T코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경영진이 자오, 첸, 왕 씨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계로 추정됩니다.
어찌된 일인지, T코인을 개발한 업체에 찾아가봤습니다.
회사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업종은 바꾼 지 오래였습니다.
[☎ ㅇ업체 직원]
″네. 이제 안 합니다. 한 1년 넘은 것 같은데…저희가 이제 그거를 담당하고 있지 않아서 더 이상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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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들었고, 몇 개나 찍어냈는지, 또 가상화폐로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모든 게 불분명한 ′잡코인′.
이런 잡코인을 악용한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도 극성입니다.
50대 이 모 씨도 지인의 소개로 A코인을 알게 됐습니다.
[이 모 씨/다단계 코인 피해자]
″자기들은 코인 (1개당) 30원씩 샀는데, 제가 살 때는 57원인가 됐어요. ′한 열 배, 오십 배 오를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투자를, 공부를 막 했었죠.″
처음엔 의심도 했지만, ′국내 거래소에 상장만 되면 큰 수익이 난다′는 얘기에 결국 넘어가 39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모 씨/다단계 코인 피해자]
″(국내보다 먼저) 필리핀에서 상장했다고 뜨는 거고, 지역장들이 필리핀에 가서 회장하고 같이 사진 찍어서 상장 사진까지 올려놓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상장은 계속해서 미뤄졌고, 이 씨의 디지털 지갑 속 코인은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가 됐습니다.
숫자로만 나타날 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겁니다.
[이 모 씨/다단계 코인 피해자]
″저를 끌어당긴 지인 같은 경우도 뭐였냐면, 제가 알기로 (소개료로) 코인을 다시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돈을 받은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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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거래소 상장이 코인의 안전성과 투자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P거래소에 상장된 ′얼랏 코인′.
일정한 거래량을 유지하며 매일 4%씩 꼬박꼬박 마치 누군가 조작한 듯 2달 넘게 상승했습니다.
하루 4%씩 오른다는 믿음이 투자자들에게 퍼져 있던 지난 3월 4일, 하루만에 99% 수직으로 폭락했습니다.
하한가가 없는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급락 사태였습니다.
8천만 원에서 10억 원까지, 손 한번 못써보고 원금을 날린 피해자가 1만4천 명이 넘을 거란 추정도 나옵니다.
도대체 어떤 코인인지, 얼랏 코인에 대한 정보를 담은 ′백서′를 찾아봤습니다.
CEO 정 모 씨.
그런데 정 씨와 팀원들 모두 사진 대신 캐리커처만 있습니다.
이래선 진짜 이름이 맞는지, 실제 이런 인물들이 있긴 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터지고, 정체도 불확실한데, 상장 폐지에 2달 반이나 걸렸습니다.
[P거래소 관계자]
″그거(상장 폐지)는 뭐 심사를 해서 결정하는 부분이니까…″
같은 거래소, 또다른 A코인의 백서도 열어봤습니다.
역시 팀원 3명의 캐리커처만 들어 있고, 그나마 CEO에 대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얼랏 코인과 홈페이지를 비교하니, 맨 처음 ′디파이의 약속과 도전′, 이어지는 ′디파이의 이점들′과 ′예산 분배 계획′까지 사실상 똑같습니다.
누가 누구를 베꼈든, 아니면 애초에 한 팀이 둘 다 만들었든, 이름만 다를 뿐 쌍둥이로 보입니다.
[최상명/NSHC 수석연구원]
″코인의 사이트 자체 설계가 거의 동일하게 되어 있어서 같은 개발자 또는 같은 조직에서 운영을 하는 것으로 추정이 되고…″
백서와 홈페이지가 사실상 똑같고, 계단식 상승 후 폭락한 것까지 유사하지만, 엉터리 코인을 상장시킨 거래소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음성 대독(김민호 아나운서)]
″내·외부 전문가들이 상장을 앞둔 가상화폐들에 대해 조사했고, 상장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상 거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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