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상현

최전방 국군 장병들의 산천어 축제

입력 | 2023-01-21 07:52   수정 | 2023-01-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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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연중 가장 추울 때라는 요즘, 강원도 남북접경지역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화천의 산천어 축제로 올해 20년째를 맞았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이 축제에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이 초대돼 시민들과 뜻깊은 한때를 보냈다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그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최북단, 남북접경지역중 하나인 화천에 산천어축제가 돌아왔습니다.

20년 전인 2003년 시작돼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렸던 행사로,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만에 재개된건데요.

어렵게 재개된만큼 강 상류의 맑은 물에서 서식한다는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 산천어가 100만 마리 넘게 얼음낚시와 맨손잡기 이벤트에 투입됐습니다.

[김상형/대학생]
″너무 재밌어요. 손맛이 있네요, 탁탁 잡혀올라오는게″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대표적인 겨울축제죠? 산천어 축제가 한창인 강원도 화천에 있는 하천의 한복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요, 이곳에 특별한 손님들이 초청됐습니다.″

넓게 펼쳐진 얼음에서 열심히 썰매질을 하며 동심으로 돌아가 있던 군복 차림의 청년들.

그 얼음썰매터 한켠에같은 군복의 장병들이 구름처럼 모였습니다.

바로 화천의 최전방지역에서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들로, 막내뻘인 이병 일병에서부터 하사관 장교들까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조국의 방패!″

[추연훈/대위]
″그동안 아무래도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적어서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근데 이런 행사를 통해서 함께하다 보니까 조금 더 동화되고 국민을 이해할 수 있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복무중인 군인들은 모두 2만여명으로 화천 전체 주민 수와 비슷한 수준.

[김상림/강원도 화천군 자치행정과장]
″코로나 때문에 국군용사가 못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역 경제가 완전히 침체됐었거든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다시 국군용사들이 나오니까 국군용사들에게 전 프로그램에 대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군 장병의 날′을 맞아 모처럼 바깥 나들이에 나선 이들은 걸그룹 등장에 환호성을 질렀고요.

입으로 하는 연주 비트박스.

이 비트박스에 맞춘 프리스타일 랩.

″여기는 무대 나에겐 부대 포병대~ 그래서 팡! 팡!″

양철인간이 돼 보여준 절도있는 춤사위까지.

여태껏 숨겨놓았던 끼들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천어 낚기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눈썰매와 짚라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추억의 사진도 남기며 평생 잊지못할 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유아현/하사]
″맨날 훈련만 하다가 밖에 나와서 간부님들이랑 노니까 신납니다.″

행사장 중앙엔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커피숍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요.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이 직접 에티오피아 특산물인 커피원두와 주전자 모양의 전통 포트를 공수해와 한국의 현역 군인들에게 맛보이며 대를 이어 양국의 우정을 잇고 있었습니다.

[라헬/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손녀(유학생)]
″(외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하신걸 알게 되면서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서 (한국)드라마는 당연히 많이 봤고 다큐나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었어요. 한국이 어떻게 빨리 발전을 했는지 전쟁상황이 어땠는지 그런걸 알게 되면서″

영하의 날씨에 직접 차가운 물에 들어가야하는 산천어 맨손잡기장에선 시민들과 뜨거운 경쟁도 벌어졌는데요.

역시 젊음보다는 경륜에서 오는 노련함이 앞섰고요.

[김계청/관광객]
″아까 아들이랑 같이 들어갔는데 아들이 놓쳤다면서 너무 아쉬워하는 거에요. 그래서 아빠가 잡아갖고 올께~″

추억어린 물품들과 놀이들이 펼쳐진 공간에선 시민들과 함께 새총으로 표적맞추기에 나섰지만 새총은 역시 실제 총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맞혔어?) ″아니, 자꾸 다른데 맞혀″ (오늘 안에 하긴 해요?)

군 장병들끼리는, 부대별 얼음축구 대항전이 펼쳐졌습니다.

″적근산 호랑이!″
″우승하면 전원 입수!″

미끌미끌한 얼음판에서 아이스하키 공을 조그마한 골문에 넣는 미니 축구.

하지만 주춤 주춤..

뒤뚱 뒤뚱..

결정적인 슛찬스는 엉덩방아로 마무리되기 일쑤였고, 어렵사리 골 하나를 성공시키면 월드컵 우승 분위기였습니다.

[정경호/소위]
″그냥 축구라고 생각을 했는데 빙판에서 하다보니까 좀 위험한 요소도 많고 그래도 나름 재밌는 추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긴장 넘치는 최전방 참호를 벗어나 모처럼 전우들과 함께 웃고 즐겼던 축제장에서의 하루.

시민들과 하나가 되어 보냈던 한겨울 얼음판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