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정은, 나세웅

[외통방통] 엘리트 미국통 김명길, 북미 협상 새 얼굴

입력 | 2019-07-05 11:19   수정 | 2019-07-05 11:31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 협상팀을 이끌 대표가 정해졌습니다.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입니다.

미국통 김명길, 북한의 새 대표선수

지난 일요일 판문점 회동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무협상팀을 통보했는데, 이 때 김명길의 이름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실무 협상을 이끈 사람은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였습니다. 김혁철이 주로 아프라카와 유럽에서 근무한 반면, 새 협상대표인 김명길은 대미 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미국통′입니다.
김명길은 2006년 10월부터 2009년까지 미국 뉴욕에서 근무했습니다. 유엔 대표부 차석 대사로 일하며 북미간 ′뉴욕 채널′의 창구역할을 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의미가 큽니다. 위성락 전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말입니다. ″유엔 차석대사는 북한 지도자가 유엔 업무가 아닌 미국 업무를 하라고 보내는 자리이다. 즉 북미 간의 ′뉴욕 채널′을 담당하는 ′포인트 맨′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미국을 상대하는 일을 맡겨도 될만큼 업무능력도 있고 믿을만한 인물이란 뜻입니다.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다뤄본 이력이 발탁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베트남 대사 출신 - 하노이 회담에도 있었다

김명길은 지난 4월까지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였습니다. 북한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달려온 김정은 위원장을 살뜰하게 보좌하는 모습이 당시 언론에도 많이 노출됐습니다. 하노이에 있었기 때문에 북미 간 실무협상은 물론 정상회담 결렬 과정까지 다 아는 인물입니다. 베트남은 북한에게는 ′사회주의 동맹의 전초 국가′로 중요한 나라입니다. 베트남 대사는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사람만 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북한대학교 대학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베트남 대사를 아무나 시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명길은 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 4월 북한으로 돌아갔는데, 이때부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괜찮은 협상 상대…깔끔한 사람″

김명길과 만나본 우리 외교관들도 있습니다. 뉴욕에서 김명길과 함께 근무했던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논리에 따라 자기 생각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괜찮은 협상 상대였다″고 전했습니다. 6자 회담 때 김명길을 만나 본 천영우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다. 좀 깐깐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깔끔한 사람이다. 모범생 같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북한 외무성이 전담하게 됨에 따라, 최선희-김명길로 이뤄진 북한의 새 협상 팀이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비핵화 협상을 맡았던 외교관들은 ″김혁철보다 중량감있고 대미업무를 더 많이 수행한 인물인만큼 북한이 이전보다 실무협상에 성의를 보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하노이 2차 회담 이전보단 북한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신호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