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15 09:10 수정 | 2020-08-15 14:0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무역 합의 이후 3라운드…이번엔 ′틱톡′</strong>
″미국에서 사용 못할 것″,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업 탄압을 중단해야…자업자득의 결과 가져올 것″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두 나라의 1차 무역 분쟁 합의 사항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코앞에 두고, 무역 합의가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미·중의 1차 합의 이후, 이런 잡음이 난 것은 벌써 3번째입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갈등은 잘 알려진 국제 이슈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터에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 ′틱톡′이 등장합니다.
틱톡은 짧은 동영상을 보여주는 플랫폼입니다.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올린다는 점에서는 유튜브와 비슷한데, 영상의 시간이 15초 정도로 아주 짧은 게 다른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올려놓은 동영상을 보면, MZ세대가 무엇을 하고 노는지 한 눈에 그릴 수 있습니다.
재미난 행동, 몸짓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다른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이것을 비틀고 재해석하는 영상을 따라 올립니다. 이 세대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뭘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따라하기 챌린지가 틱톡을 통해 유행했습니다. 노래의 한 소절, 이런 저런 몸짓에 얹어, 재해석한 자기만의 ′아무노래′를 올린 영상이 인기를 얻었고, 유명 연예인들까지 가세해 큰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화제가 된 챌린지는 더 많은 영상을 불러오는 선순환을 만들었고, ″모르면 아웃싸이더″가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틱톡 영상의 언어는 ′몸짓′입니다. 그러다보니, 언어권이 달라도, 다른 사용자의 영상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덕분에 틱톡은 서비스 4년여 만에 전세계에서 20억명 사용자를 거느린 어마어마한 미디어 플랫폼이 됐고, 세계에서 가장 큰 비상장 스타트업의 지위에 올라섰습니다. 그 사이, 미국의 글로벌 소셜 미디어 업체들도 ′숏폼 동영상′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틱톡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틱톡′, 강대국 분쟁 무대에 등장한 이유는?</strong>
′틱톡′이 무엇인지 알면 알수록, 왜 이 서비스가 미·중 무역분쟁의 싸움터에 등장했는가? 의문이 더해집니다. 느닷없이 틱톡을 등판시킨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틱톡이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있고, 그것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죠.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억지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단서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서 가운데 최근 것은, 지난 6월 말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출정식 ′노쇼′ 사건입니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봉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스타디움에서 오프라인 출정식을 준비했습니다. 참석 신청이 몰려 만석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 행사장에는 2/3가 빈자리로 남았습니다. 반대 시위대가 둘러싼 행사장 안에서, 맥빠진 출정식이 치러졌습니다.
텅빈 유세장의 비밀은 몇 일 뒤 밝혀집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행사 참석을 신청한 뒤 행사장에는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 참석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티켓을 ′사재기′한거죠. 재밌는 건, 누군가가 이 제안을 틱톡 계정을 통해 했고, 틱톡 사용자들이 호응해 이뤄진 집단행동이라는 것입니다. K-pop 동호인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해서, 현지 언론들의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2016년 러시아 스캔들, 제발 저린 트럼프?</strong>
또 하나, 이보다 진지한 단서는 2년 전, 미국 정가를 흔들었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정치자문사 ′캠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의 사용자 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해 타겟 정치광고를 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 스캔들로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소환되기도 했죠.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돕왔다는 ′러시아 스캔들′의 일부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사건입니다.
만약 누군가 이번 대선에서 누군가 비슷한 일을 벌인다면, ′틱톡′을 이용하고, 배후는 중국, 그 목적은 자신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정도의 정치개입을 의심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 분쟁을 자신의 아젠다로 설정하기로 작정한 대선 후보라면,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벌리기로 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화웨이′ 사태처럼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의 경제에 영향을 덜 주면서 중국과 날을 세울 수 있는 업체를 찾기로 했다면, ′틱톡′만큼 매력적인 기업은 없었을 겁니다.
중국 기업임을 드러내지 않고 미국 소비자의 개인 정보에 접근한 미디어 플랫폼, 미국 기업들에게 위협적이면서 다른 산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게 ′틱톡′이니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틱톡, 그리고 미·중 무역 분쟁의 앞날은?</strong>
틱톡은 반발했지만, 일단 트럼프의 서슬에 눌려, 미국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 트위터 등 미국의 대표 IT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현지 언론이 추산하는 가격이 2-30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협상이 미국 소셜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옵니다.
″보복할 것″이라고 맞대응했지만, 구두경고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은 중국은 미국과 오늘(15일) 저녁 협상에서 틱톡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자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과연 미국 정가 일각의 예측처럼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 분쟁을 대선 아젠다로 활용하기 위해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지, 두 강대국과 모두 경제적 관계를 깊이 맺고 있는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