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빈, 와치맨, 갓갓…N번방 속 26만 명의 성범죄 가해자들
- ″내 잘못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방치됐다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 지난 25일, 조주빈은 검찰에 송치되며 이같은 말을 남겼다.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잡힌 지 9일 만이었다. 자신을 ‘악마’라 표현한 그는 겉보기엔 특별할 것이 없는 20대 남성이었다. 그가 졸업한 인하공업전문대학교에서도 ″평범하게 들어와 평범하게 졸업한″ 조 씨에 대한 별다른 기록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평범했던 20대 남성, 취업 기록도 없던 ′박사′ 조주빈.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수억 원의 돈을 거머쥐었다. SNS, 채팅앱 등을 통해 여성들에게 접근 후, 나체 사진을 받아내는 것이 시작이었다. 한 번 약점을 잡힌 여성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위험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조 씨에게 각종 신원정보가 넘어간 후였고, 그 뒤엔 협박이 이어졌기 때문. 도주할 경우, ′박제방′에 해당 여성의 나체 영상과 신원정보를 공개했다. 조 씨를 비롯한 채팅방 회원들은 이 방을 ′대한민국 XX 데이터베이스′라고 불렀다. 조 씨의 ′노예′가 된 여성들은 그가 시키는대로 기이한 표정과 자세로, 스스로 음란물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조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팅방, ‘박사방’에 그것들을 팔았다. 수천, 수만 명의 텔레그램 회원들에게 성착취물이 팔려나갔다. 경찰에 따르면,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의 여성들이 그렇게 피해자가 됐다.
문제는 ′박사방′이 유일한 것도, 그 시작도 아니라는 것. 조주빈 이전엔 ′와치맨′, 그리고 ′갓갓′이 있었다. 일명 ′N번방′이 이들 손에서 탄생했다. ′갓갓′이 운영하던 8개의 N번방은 그의 잠적 후 수없이 파생됐다. 다른 회원이 N번방의 운영을 대신하거나, 유사 채팅방이 새로 생겨났다. 조주빈도 ′갓갓′의 잠적 후 N번방의 일부를 이어받은 이들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들에게 N번방 운영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탈′이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들의 관심사조차 되지 못했다. N번방 사태를 집중 취재했던 ′불꽃′에 따르면, ′갓갓′은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로 했으면 죽은 사람이 한 명은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
이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텔레그램의 특성상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잡히지 않을 거란 확신 속에서, 가해자들은 적극적으로 영상 제작을 지시하거나 유포했고, 문제 제기 없이 성착취물을 소비했다. 추정으로만 26만 명 이상이 가담한 이른바 ′N번방′ 사건. 그 시발점 격인 ′와치맨′을 비롯해, 조주빈 등 주요 용의자들이 이제 속속 검거되고 있다. 그들이 추앙했다는 ′갓갓′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유력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 중이다.
조주빈의 검거 직후 올라온 ′용의자 신상 공개′ 국민 청원 글은 단숨에 268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31일 기준). 경찰청장과 여가부 장관은 이에 대해 답변하면서 적극적인 수사와 피해자 보호, 관련 법안 정비 등을 약속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 피해자는 ″댓글 달고, 웃고, 방관했던 모든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N번방을 비롯해, 웹상에서 난립한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들의 피해자, 이들은 언제쯤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조주빈, ′와치맨′, 그리고 ′갓갓′으로 드러난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 PD수첩 ′악의 끝판, N번방′은 오늘(31일) 밤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