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서초동M본부] '눈에는 눈' 제자끼리 때리게 한 교사 "학생에 배상해야"

입력 | 2020-07-30 11:24   수정 | 2020-07-30 14:0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학교폭력에 ′눈에는 눈′ 상호 보복?</strong>

2016년 3월, 개학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갓 등교한 같은 반 학생 둘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A군이 같은반 B군의 얼굴을 주먹으로 두 차례 때린 건데요.

상황을 파악하러 온 담임교사에게 A군은 ′예전에 B군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괴롭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정도면 초등학교에선 흔히 일어날 법한 다툼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날 담임교사의 해결방식은 좀 이상했습니다.

선생님은 얼굴을 맞은 B군에겐 A군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리게 하고,

과거에 B군에게 가슴을 맞았다는 A군에겐 반대로 B군의 가슴을 때리라고 한 겁니다.

교실에서 일어난 다툼을 말리러 온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A군과 B군은 또 다시 서로의 얼굴과 가슴을 추가로 폭행해야 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해보라′는 취지였는지, ′폭력의 대가는 폭력으로 갚으라′는 것이었는지 선생님의 뜻을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이런 해결방식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피해자가 누구냐′…오히려 커진 갈등</strong>

이 사건은 다음날 학교폭력전담기구로도 넘어갔는데요.

그 결과로 A군과 그 보호자는 ′B군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긴 ′담임교사 해결사안 확인서′를 써야 했습니다.

2주만에 이런 결정이 내려질 당시 A군은 일주일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던 상황.

B군이 A군을 계속 괴롭히고 폭행하는 등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지금으로선 확인하긴 어렵지만, A군 역시 피해를 호소했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조치 이후 갈등은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담임선생님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까지 했고요.

A군이 피해자고, B군이 가해자라며 정식 학교폭력 신고까지 하기에 이른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한달 뒤 열린 ′학폭위′ 결과는?</strong>

A군의 학교폭력 신고로 급기야 한 달 가량이 지난 4월 27일엔 교사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엔 A군과 어머니는 출석하지 않았는데, B군 쪽의 이야기만 듣고 내려진 결론은 어땠을까요.

학폭위의 판단은 A군이 B군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린 건 맞지만, B군이 A군을 폭행하거나 괴롭혔다는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학폭위는 A군에게 서면사과 등을 요구했고, B군에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군과 어머니는 납득할 수 없는 학교폭력 처리 방식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경기도교육청과 담임교사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법정까지 가게 된 다툼…법원의 판단은?</strong>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의 신헌석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원고인 A군과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경기도가 총 400만 원을 배상하되 그 중에 270만 원은 선생님도 함께 내라고 판결한 겁니다.

재판부는 교사들에겐 포괄적 재량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그 재량이 일정한 범위를 지나치게 벗어났다고 판단했는데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서로의 얼굴과 가슴을 때리도록 한 건 과해도 너무 과했다는 거죠.

우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선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금지하고 있는데 교사가 이를 어겼다고 본 겁니다.

또, A군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데도 담임 선생님은 그 경위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A군에 대한 담임교사의 징계나 지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게다가 학폭위의 결론 역시 너무 섣부르게 내려졌다고 재판부는 덧붙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불법행위′ 교사 개인도 배상책임 인정</strong>

물론 아이들 사이에선 어른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언제든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를 정해진 절차를 거쳐 원만하게 풀어내야 하는 것 역시 공교육에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그 결과가 어찌됐든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 학교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법정까지 와서 판단을 받게 되는 건 안타깝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법원이 이처럼 교육당국 뿐 아니라 담임교사 개인에게도 배상책임을 부여했다는 건 교육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학생 인권과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은 나날이 예민해지고, 또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눈높이도 그에 맞춰 올라가고 있는지,

아직까지 일부 선생님들은 체벌과 폭력이 사실상 용인되던 시대의 낡은 교사상에 머물러 있진 않은지,

공교육의 주관자인 교원들도 다시 한 번 스스로 돌아보라는 사법부의 따가운 주문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