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조국·정경심 재판 LIVE⑮] '딸 봤다' 증언 또 나왔는데…공소장 다시 바꾼 검찰

입력 | 2020-08-15 09:49   수정 | 2020-08-15 15:02
[정경심 동양대 교수 24차 공판]
2020. 8. 1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공소장 또 바꾼 검찰‥뭐가 달라졌기에?</strong>

지난 13일 오전, 정경심 교수의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의혹과 관련한 24번째 공판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종료 직전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은 채로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미 수차례 공소장을 고쳐왔는데요.

이번에 또 다시 공소사실과 적용 법조를 일부 바꿨습니다.

검찰이 지난달 6일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가 허가한 건데요.

재판부는 다만 ″검찰 측 주장이 바뀐 것″이라며 ″검찰은 반드시 이 부분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정 교수를 기소한 뒤 공범인 조 전 장관을 수사하면서 확인된 범행 경위 등을 좀 더 정확히 특정했다″며 공소장을 바꾸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공소장에서 바뀌는 건 뭐고, 재판부가 추가 입증을 요구한 건 또 뭘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허위 문서′가 아니라 ′위조 문서′다?</strong>

검찰이 바꾼 주장은 크게 봐서 딱 한 가지로 요약됩니다.

조 전 장관의 딸이 입시에 제출한 서류 두 가지를 조 전 장관이 ′직접 위조′했고, 정 교수가 그 과정을 ′공모′했다는 겁니다.

해당 서류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의 한 호텔에서 각각 발급 받은 ′인턴 확인서′ 두 가지인데요.

기존에는 이 서류들이 ′허위 작성 문서′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죠.

그러니까 발급 자체는 권한이 있는 해당 기관에서 한 건 맞지만, 그 서류에 적힌 ′내용′이 거짓이었다는 것.

딸 조 씨가 실제론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마치 활동을 한 것처럼 확인서가 만들어졌으니,

이렇게 거짓된 내용이 적힌 서류를 정 교수가 딸 입시에 제출한 게 죄라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은 기소 당시엔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서류들이 ′허위 문서′가 아니라 ′위조된 문서′인 것 같다고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은 거죠.

바로 조 전 장관의 컴퓨터에서 이 두 가지 문서를 직접 위조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이유인데요.

′위조 문서′라고 하면 앞서 설명한 ′허위 문서′와 달리 발급 권한이 없는 조 전 장관이 임의로 기관을 사칭해 문서를 꾸몄다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불법입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 경우엔 문서에 적힌 내용 자체가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지금까지와 앞으로 재판은 완전히 논점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건데요.

이에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변경된 공소장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고, 공모한 바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조 전 장관 역시 자신의 SNS에서 ″저를 무단으로 문서를 위조한 사람으로 만든 이 변경된 공소사실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조국 딸 봤다′ 증언 또 나왔는데‥</strong>

마침, 이번 공판에선 앞서 설명한 논란의 ′인턴 확인서′와 관련한 증인이 재판정에 나왔습니다.

바로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원영 변호사인데요.

당시 서울대 로스쿨 재학 중에 세미나 진행 요원으로 현장에 있었고,

행사장 밖 데스크에서 방명록 작성 안내와 자료 배부를 도왔다고 합니다.

김 변호사의 증언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주로 교수들이나 대학원생들이 오는 세미나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왔기에 신기하게 여겨 대화를 나눴다는 겁니다.

당시 김 변호사가 본인과 함께 안내를 하던 다른 로스쿨 1학년생과 같이 딸 조 씨와 나눴다는 대화는 이렇습니다.

<김원영 변호사의 ′사실확인서′ 중 일부>
″고등학생인데 어떻게 이런 데를 왔어요?″ 라는 취지로 질문하자, 여학생은 ″아빠가 가보라고 했어요″라는 취지로 답했으며 ″아버지가 누구시길래요?″라고 다시 질문하자 여학생은 ″조국이요″라고 답변하였습니다.

검찰은 앞서 재판에서 딸 조 씨가 ′사복을 입고 왔다′고 증언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김 모 씨의 증언과 차이가 있다며 추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김 변호사는 상당히 자신있게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8월 13일 정경심 24차 공판 中]
김원영 변호사 : ″근데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가 조국 교수가 아빠라고 했고,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니…′ 이런 말을 농담삼아 했었고, 저한테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1,2년 후에도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데스크를 지키는데 아버지가 조국이라고 하더라′며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날 행사에서 있었던 다른 일들은 오래 전 일이라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딸 조 씨와 나눈 대화는 ′고등학생이 서울대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 왔다는 사실이 자신의 처지에 비춰 독특한 일이라 기억하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조 전 장관의 딸이 11년 전 당시 서울대 세미나에 실제로 참여했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여왔는데요.

현재 스코어를 정리하면 모두 3명이 딸 조 씨를 행사에서 봤다고 하고, 단 1명만 반대되는 증언을 하고 있는 상탭니다.

<조국 딸의 서울대 세미나 참석 관련 진술>
1. 당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 ″봤다″
2. 김원영 변호사 : ″봤다″
3. 하와이대 백태웅 교수 진술서 : ″봤다″
4. 딸 고교 동창(단국대 장 모 교수 아들) : ″못 봤다″

게다가 당시 세미나 영상에 찍힌 여학생이 딸 조 씨가 맞는지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놓은 상태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이제 ′세미나 참석 여부′는 중요치 않다?</strong>

이런 맥락에서 검찰이 이번에 공소장을 변경한 게 딸 조 씨의 세미나 참석 사실이 더 유력해지는 이같은 증언들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딸이 세미나에 오지 않았는데도 ′인턴 활동을 했다′고 기재한 문서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주장해오다가,

재판 과정에서 여러 증언이 나와 패색이 짙어지자, 이제와선 ′그 내용과 상관 없이 문서 위조 자체가 범죄′라고 말을 바꾼 것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번에 검찰이 바꾼 주장대로라면, 조 씨가 행사에 실제로 참석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더이상 주된 쟁점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죠.

결국, 지금까지와 앞으로 재판은 완전히 논점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건데요.

그러니까, 애초부터 검찰이′위조된 문서′라고 주장했다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던 내용을 지금까지 거듭 따져온 셈이 된 겁니다.

그동안 몇 달간 최소 네 명의 증인을 재판정에 부르고, 국과수 감정까지 받아가며 다툰 쟁점인데,

검찰이 이제와 말을 바꾸니 변호인 측이 강하게 반발할 만 하죠.

이에 따라 앞으로는 ′참석자 진술′보다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의 PC에서 확보한 문서 관련 포렌식 데이터들이 더욱 중요한 증거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공소장을 바꾼 검찰도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데요.

앞서 당시 공익인권법센터 실무를 맡았던 사무국장이 자신이 직접 해당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이미 법정 증언까지 한 상태죠.

게다가 바뀐 공소장조차 ′조 전 장관이 불상의 방법으로 날인해 인턴 확인서를 직접 위조했다′는 취지인 만큼,

이런 ′미지의 방법′은 또 어떻게 입증해낼지 검찰 역시 또 다른 고비를 맞이한 상황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50대 중후한 남성′ 증언‥″검찰의 전략?″</strong>

이외에도 이날 공판에는 모두 8명의 증인이 더 나와서 증언을 했는데요.

동양대 영재 프로그램에 아들 조 씨와 함께 참가했던 당시 중학생 2명,

그리고 딸 조 씨가 인턴을 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의 보안담당 직원 2명,

동양대 산학협력단 직원과 딸 조 씨의 고3 담임 선생님, 고려대 지원 당시 입학사정관이었던 교수까지…

신문은 주로 입시비리 의혹에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나온 증인은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용산 전자상가에서 중고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는 김 모 씨였는데요.

검찰이 김 씨를 부른 이유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공범으로 돼 있는 ′증거은닉 교사′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해당 증인이 공소 사실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즉각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이날 김 씨에 대한 검찰의 열 개 안팎 질문에서 ′정 교수′가 언급된 건 말미의 단 하나 질문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중고 휴대전화 판매업자 증인신문, 어땠는지 잠깐 살펴볼까요.

[8월 13일 정경심 24차 공판 中]
-검사 : ″해당 중고폰을 판매한 그날 밤, 조국이 증인이 판매한 중고폰에 유심칩을 교체해 사용하기 시작한 걸로 보이는데, 현금 70만 원을 주고 구입해간 사람이 조국 아니었습니까?″

-증인 김 씨 : ″조국 교수님은 아니세요″

(중략)

-검사 : ″당시 50대로 보이는 중후한 남성 2명이 와서 단말기를 사 갔고 (중략) 한 분은 키가 180cm 정도 된 걸로 기억하고, 한 분은 배가 조금 나왔고… 본인들이 사용할 것처럼 구매했죠?″

-증인 김 씨 : ″네″

-검사 : ″당시 정경심 피고인도 기지국 위치가 증인의 대리점과 도보로 6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던 걸로 확인됩니다. ′중후한 남성′이 구매할 때 정경심 피고인도 같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증인 김 씨 : ″아닙니다. 남자 2명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정 교수는 물론 조 전 장관과의 연관성도 밝히지 않은 채 막연한 추측으로 질문을 했다″며 ″공소사실 입증과도 아무 상관이 없는 신문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검찰의 ′이미지 흐리기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반론의 가치와 필요성이 전혀 없어 반대신문도 완전히 생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강남 건물′을 지나치게 자꾸 언급해 혐의 입증이 아니라 여론전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

이번에도 굳이 ′중후한 남성′이라는 언급까지 직접 해가면서 진행한 이런 증인신문이 과연 꼭 필요했던 건지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20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엔 정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았던 김경록 씨가 오전 증인으로 출석하고요.

논란의 동양대 강사휴게실PC를 분석한 대검찰청 수사관도 다시 증인으로 나와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공판에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관련한 검찰 주장이 매우 자세히 소개가 됐던 만큼,

다음주 변호인 쪽에선 어떤 구체적인 반박 논리를 준비해올지도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