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04 16:16 수정 | 2020-11-04 16:4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조국 전 법무부 장관 8차 공판]
2020.11.3 </strong>
어제(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
조 전 장관은 공동 피고인인 백원우, 박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법정은 내내 긴장 상태였습니다. 조 전 장관과 검사들이 중간 중간 목소리를 높여가며 대립했기 때문인데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법정에서 처음으로 자세히 증언한 조 전 장관.
조 전 장관의 진술로 드디어 퍼즐이 맞춰진 당시의 상황을, 지금부터 함께 따라가보시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민정수석에게도 ′유재수 구명운동′이 있었나?</strong>
2017년 말, 청와대 특감반은 유재수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하고 있었습니다.
업체들로부터 기사 딸린 차량을 제공받고, 항공료 대납 의혹을 받고 있었던 유 전 국장.
검찰은 증인신문이 시작되자, 조 전 장관에게 ′유재수 구명운동′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먼저 유 전 국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했더니 여당 인사들과 주고 받은 문자가 나왔던 부분을 물었습니다.
[조국 8차 공판 中]
검사 : 유재수가 여당 인사들하고 주고받은 메시지 기억 안 납니까?
조국 전 장관 : 어떤 내용인지 전혀 기억 안 납니다.
검사 : 민감한 내용인데요? 박형철 피고인이 특감반장에게 보고 받았다고하면 민정수석인 증인에게 보고 안 할리가 없잖아요?
조국 전 장관 : 여권 인사, 몇 사람들의 문제가 ...이인걸 특감반장 또는 이인걸 산하에 있는 특감반원이 감찰 진행하는데 여권 인사가 일종의 압박 가한다는 얘기를 박형철이 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말한 포렌식 내용의 여권인사 누가 나오고 어떤 대화 있었는지 구체적인 보고 기억 안납니다.
조 전 장관은 이른바 ′유재수 구명운동′이 있다는 걸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보고로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런 보고를 받고도 계속 감찰을 지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유재수가 누군지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을 뿐, 구명을 요청한 인사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요.
검찰은 누가 그런 요청을 했는지 왜 알아보지 않았냐고 의아해했습니다.
[조국 8차 공판 中]
검사 : 백원우는 참여정부 인사 누구라고 하던가요?
조국 전 장관 : 말 안했습니다. 저한테.
검사 : 증인이 백원우에게 안 물어봤습니까?
조국 전 장관 : 백원우는 재선 정치인 출신입니다. 여러가지 풍파 겪은 사람이고, 제가 이 자리에서 백 비서관에 대한 품평은 곤란하지만.. 매우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사람과 관련한 얘기는 웬만해서는 말 안하는 입 무거운 사람입니다. 참여정부 인사다, 이 정도의 말만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유재수 감찰은 100분의 1 비중 사건″</strong>
여기서부터 검사와 조 전 장관은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며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조국 8차 공판 中]
검사 : 특감반에서는 유재수 감찰 진행하면서 유력 인사 구명운동으로 압박 느꼈는데, 민정수석이 누군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국 전 장관 : 알아보라고 백원우에 지시했고. 이 사건 자체가 현미경처럼 확대해서 보고 증언하는거 같은데 그 당시 시점에 유재수 사건은 당시 2017년 하반기에서 1/100정도 그 이하 정도 비중 받는 사건이라 시간적으로 그 문제 집중해서 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안을 보고받고 지시해야하는 상황이고 개인적으로 맡아서 업무 수행해야하는 예를 들어 검찰·국정원 개혁방안 이런 것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는 일이 있어서 유재수 사건 자체를 가지고 깊이 논의할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검사 : 증인, 말한 증언이 너무 모순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당시 유재수 사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당시에 참여정부 인사들 민원 넣어서 특감반 압박 받는 어려운 사건이라 백원우 조인시킨 사안이라면서요. 모순되잖아요!
조국 전 장관 : 그게 왜, 그게 왜 모순이 됩니까?!
검사 : 제가 말하고 말하십시오. 백원우를 감찰건에 조인(참여)시킬 정도로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했다면, 이건 아무런 사건이 아니고 민정 차원에서 신경 쓰는 사안이죠! 그래서 백원우에 알아봐라, 이렇게 했을 땐 그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조국 전 장관 : 두 개가 모순된다고 하는데, 의도적인 혼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찰 업무 말고도 수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항상 진행되는 게 10건 이상 될 겁니다. 유재수 사건은 1/100도 안 된다는 것이고. 왜 백원우가 개입했는가의 문제는 통상적 감찰과 달리 이 사람이 참여정부 때 굳이 말하면 특수관계인이고, 구명운동 들어온다는 얘기 들어서, 민정비서관의 업무 관할이기 때문에 지시를 해서 사태 파악을 해봐라고 한 겁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유재수 사건은 민정수석 업무에서 1/100 비중의 작은 사건이었다′고 하자 검찰은 특감반과 관련이 없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개입시킬 정도면,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던 겁니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에게 직접 민원을 받은 적이 없냐고 추궁했는데요.
[조국 8차 공판 中]
검사 : 백원우도 ′조국 본인이 스스로 저에게 연락 많이 온다고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조국 전 장관 : 참여정부 어느 인사로부터도 ′유재수 구명운동′ 전화 받은 적 없습니다. 박형철 비서관이 저에게 하소연조로 보고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백원우에게 전달하면서 알아보라고 한 겁니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김경수 당시 국회의원으로부터 ′유재수에게 억울한 게 있을 수 있으니 들어봐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은 자신은 김 전 의원과 당시 2번 통화를 했지만, 다른 일 때문이었지 유재수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유재수 사표 받고 감찰 끝내기로 한 이유는? 누가, 어떻게 결정했나?</strong>
2017년 당시 청와대 특감반은 유재수 전 국장을 불러 문답조사를 한 뒤 항공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내라고 했지만, 그 후 유 전 국장은 병가를 내고 잠적해버렸습니다.
박형철 전 비서관과 특감반원들은 수사의뢰 등을 해야 한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인사조치를 해야 한다고 의견이 엇갈렸는데요.
조 전 장관은 유 전 국장이 잠적해 합법적 감찰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태라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비서관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얘기를 들었고, 사표처리하자는 백 전 비서관의 ′정무적 판단′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국 8차 공판 中]
검사 : 유재수 감찰 ′정무적 판단′ 필요한 이유가 뭡니까?
조국 전 장관 : 당시 상황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2017년 하반기 당시 국정과제, 중요과제가 ′적폐청산′이었습니다. 여러 공무원들이 나가게 되거나 불이익 받는 경우 많았습니다. 국정원은 몇백 명이 나갔습니다. 그 상황에서 백비(백원우 비서관)가 적폐청산 진행되는데 공무원들 불만 또는 불안이 상당히 높다... 이런 것이 하나 작용했습니다. 백비가 (유재수) 사표처리 의견 냈을 때 제가 기억하는 백비의 주요 근거는 여러 가지 있는데 공무원을 무조건 형사처벌하면 집권 여당 집권세력으로서 문제있을 수 있다... 단어는 정확하지 않은데 우려 제기했고 그게 정무적 판단이었고 그 점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또 조 전 장관은 당시 유 전 국장이 받았다는 뇌물의 대가성, 직무관련성, 가액 산정이 불확실했다면서 빠른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사표 수리는 하한선을 제시한 것 뿐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추가조사나 징계 같은 추후 조치는 소속기관에서 결정할 문제였다는 겁니다.
검찰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금융위 통보는 백원우 전 비서관이 했는데, 금융위 관계자 어느 누구도 ′유재수 사표 받으라′는 말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고 했고, 또 유재수 비위 내용도 자세하게 전달받지 못했다고 진술해왔기 때문인데요.
백 전 비서관에게 직접 연락을 받은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재판에서 이렇게 진술했죠.
[8월 14일 조국 5차 공판 中]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 백원우 비서관에게 전화가 와서 ′(유재수에 대한) 투서가 있었다, 청와대에서 감찰했다, 대부분은 클리어 됐는데 일부는 해소가 안 됐다, (인사) 참고하라, 금융정책국장 자리에 계속 있기는 어렵겠다.′라고 했습니다.
검사는 이 부분을 콕 집어 지적했습니다.
[조국 8차 공판 中]
검사 :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증언 보셨잖아요.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 통보 받은 내용이 ′유재수 감찰했는데, 대부분 클리어됐다...′라는 거잖아요.
조국 전 장관 : 저는 김용범 부위원장과 통화한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아는 백비(백원우 비서관)는 타인에 대한 품평은 그렇지만 직선적인 사람입니다. 말 에둘러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시하면 집행하는 사람이지. 빙글빙글 돌리는 사람 아닙니다. 김용범 부위원장이 왜 그렇게 말하는 지는 추측이 됩니다만. 그건 재판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이야기하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조 전 장관이나 백원우 전 비서관이나 ′사표 수리하자는 입장′이라는 걸 금융위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는데요.
받아들이는 쪽의 입장은 전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금융위 측은 유 전 국장의 비위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자체조사도 하지 못했고, 심지어 유 전 국장이 민주당 담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고자 해서 백 전 비서관에 확인했지만 ′민정은 이견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요.
백 전 비서관은 ′김용범 전 부위원장에게 그런 협의를 받은 기억도 없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당과 기관의 일에 대해 이래라 저라래 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며 부인한 바 있습니다.
유 전 국장은 이후 부산시 경제부시장까지 역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국회 운영위 답변은?</strong>
어제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지난 2018년 국회 운영위 답변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답변을 볼까요.
[조국/당시 청와대 민정수석(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
″(유재수)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유 전 국장의 비위가 확인됐는데 어떻게 첩보가 약하다고 했냐고 따졌고, 조 전 장관은 ′정치적 공방의 장에서 방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답변 초안 역시 유재수를 강하게 수사의뢰하자고 했던 박형철 전 비서관이 썼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국 8차 공판 中]
조국 전 장관 : 민간인 사찰이 중심인데 유재수 건이 나오게 된 겁니다. 정치적 공방의 장에서 방어를 해야 하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고요. 근거가 없다는 게 아니고 약하다고 했습니다. 초동단계에서 확인이 됐는데, 대가성이나 가액이 불분명한 상태였다는 걸 강조하려고 했던 겁니다. (박형철 비서관이) 최종 의견이 기재된 보고의 경우, 강한 톤으로 기조로 세게 쓰라고 했다고 이 자리에서 증언을 했던대요. 본인의 희망이 반영된 보고서였던 겁니다. 그 이후 사건 종결되고 난 뒤에 정치적 공방에 있을 때는 약한 기조로 답변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요. 근거가 약했다는 것은 비위 첩보 상태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나 가액이나 등등을 생각했을 때 취약했다는 취지로 말한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부분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에 문건 등 증거들을 살펴보는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외에도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들의 ′입시비리′에 공범으로 기소가 되어 있죠.
정 교수의 재판은 내일(5일) 결심이 진행되는데요. 정 교수 재판의 선고 결과가 나오면 조 전 장관의 재판도 어떻게 진행될 지 윤곽이 잡힐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