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남재현

[이스타항공은 누구 겁니까?①] 모두가 이상직의 사람들

입력 | 2020-12-05 08:08   수정 | 2020-12-10 13:5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 size=3″>MBC 통합뉴스룸 기획취재팀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를 끈질기게 추적했습니다. 이상직 의원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를 통해 딸과 아들에게 이스타항공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무상으로 물려줬다는 핵심 인물들의 증언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편법 증여 의혹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겁니다.</strong>

저희가 핵심 인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상직 의원의 맏형 등 가족이나 친인척이 털어놓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피붙이가 한 말이니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그들을 찾고, 만나고, 질문하고, 답을 듣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스타항공그룹 10여개 계열사의 법인등기부등본 및 신용평가보고서, 회계감사보고서를 퍼즐처럼 맞춰가며 편법 증여 의혹 연결 고리를 이어갔습니다. 판결문도 뒤졌습니다.(이스타항공그룹 경영진은 지난 2013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적 있습니다.) 기초 취재 자료를 모으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렸습니다. 서울과 전주를 여러 차례 오갔고, 아무도 없는 집 앞을 몇 시간이나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인물들 관계망은 이렇게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 size=3″>형들은 ′바지사장′, 누나는 가짜 임원</strong>

이상직 의원의 맏형, 둘째형, 셋째형, 누나 등 8남매 중에 이 의원을 포함해 적어도 5명의 이름이 등장합니다.(이 의원 본인은 예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8남매 중 막내라고 말했지만, 저희가 만난 이 의원 맏형은 7남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 형들은 대부분 ‘바지사장’이었습니다. 둘째 형은 이스타항공 지주회사였던 아이엠에스씨의 대표였는데,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이름만 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주인이 누군지 알 법도 한데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름만 대표인 겁니다. 현재 이스타항공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인 셋째 형도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회사 대표에 이름이 올라 있는지 모르겠다”며 본인이 대표인지도 모른다는 투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 형도 대표입니다. 다른 형제들처럼 회사 부탁으로 대표를 맡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주식 거래 과정을 저희에게 알려준 고마운(?) 분이긴 합니다. 이스타항공 주식을 동생인 이상직 의원 자녀들에게 “돈을 받고 판 것이 아니라 명의만 넘겼다”고 말했습니다. 편법 증여 의혹의 실체를 밝힌 단서가 됐습니다.

이 의원 누나는 임원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고문료 명목으로 5억5천만 원을 받았다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남편 정 모 씨(이 의원 매형)도 허위로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를 받았습니다. (오래 전에 이혼한 이 의원 전처와 처제 이름도 판결문에 등장합니다. 전처와 처제 이름으로 회삿돈이 빼돌려졌습니다.) 이 의원 형수 이름도 나옵니다. 셋째 형 부인 강 모 씨입니다. 직책은 감사였습니다. 경영 감시를 하는 게 감사입니다. 하지만 자택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강 씨는 이스타항공 주식이 이 의원 자녀들에게 넘어간 경위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대표도, 감사도, “모두가 이상직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실상 이 의원 가족회사인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 size=3″>자금 운용·관리는 조카사위, 비자금 실제 사용자는?</strong>

자금 운용이나 관리도 이 의원 친인척들이 맡았습니다. 조카사위인 변 모 씨와 최 모 씨입니다. 멀쩡한 그룹은 삽시간에 망가졌습니다. 부실한 회사에 돈을 퍼주다 수백억 원이 사라졌습니다. 그룹 대주주는 이 의원이었습니다.

회삿돈도 수시로 빼먹었습니다. 변 씨는 수십억 원을 빼돌려 강원랜드에서 탕진했습니다. 최 씨도 회삿돈 수 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썼습니다. 그런데 최 씨를 통해 이 의원 쪽에 흘러간 회삿돈이 밝혀진 것만 1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최 씨의 입은 무거웠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빼돌린 회삿돈의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 끝까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또는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운용하다 저질러진 범행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검찰이 이상직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거나 책임을 추궁한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당시 이상직 의원은 19대 초선 의원으로, 현직 의원 신분이었습니다. 변 씨와 최 씨 모두 횡령죄로 처벌을 받았지만, 이 의원은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 size=3″>58회 동기동창들의 비뚤어진 우정</strong>

이 의원 고등학교 동기동창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서울대만 2백여 명을 보냈고 사법고시 합격자만 35명이었다”며 자신의 58회 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 동기동창 가운데 한 명이 유 모 회계사입니다. 유 씨가 대표로 있는 회계법인은 이상직 의원이 경영에 나선 2002년부터 18년째 이 의원 일가 회사들의 회계 감사를 도맡아왔습니다. 이 의원 친구가 회계감사를 맡은 겁니다. 유 씨는 그러던 중 2013년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목록을 보면 유 씨가 자신이 있는 “회계법인 협조 하에 이스타항공에 대한 투자 손실을 은폐한 사실”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나옵니다. 은폐가 벌어지는 동안 이스타항공그룹과 유 씨 사이에 7억 원의 돈 거래가 있었던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납니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비난받을만한 행동입니다.

브로커 역할을 한 친구도 있습니다. 58회 동기동창 박 모 변호사입니다. 박 씨를 통해 조성한 80억 원의 행방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스타항공 측은 박 씨를 통해 빌려온 80억 원으로 이스타항공 주식을 샀다고 설명해왔지만, 주식을 넘긴 이상직 의원 맏형은 “돈 거래 없이 무상으로 명의만 넘겼다”고 MBC에 말했습니다. 돈을 받았어야 할 사람이 안 받았다니, 80억 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겁니다.(80억 원의 행방은 계속 추적 중입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대학교수 황 모 씨도 58회 동기동창입니다. 이스타항공 주식이 이상직 의원 자녀들에게 넘어간 건 취재 과정에서 들어서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황 교수는 대주주를 견제하고 경영을 감시해야할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 size=3″>전체 기획자는? “말 안 해도 다 아는 분”</strong>

2015년 말, 이상직 의원의 자녀가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됩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 의원 자녀들에게 주식을 넘긴 회사의 진짜 주인은 이 의원입니다. 중간에 내세운 회사는 껍데기일뿐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겁니다. 따져봐야겠지만,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가 짙습니다.

이름을 빌려준 차명주주도 찾았습니다. 차명주주도 이 의원 친인척이었습니다. 조카 박 모씨였습니다. 박 씨는 주주로 “이름만 올려놓았다”면서 전체 기획자는 따로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구냐고 묻자 “누구라고 얘기 안 해도 아는 거 아니냐”면서 사실상 이상직 의원을 가리켰습니다.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이 이상직 의원의 가족이나 친인척, 친구들로 내부자들이었습니다. 모두가 이상직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기획자’로 지목된 이상직 의원은 여러 의혹들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4차례에 걸쳐 13개 항목에 이르는 질문지를 보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간 행방을 좇다 의원실 앞에서 한 차례 겨우 만났는데, 차명 소유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짧게 답한 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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