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06 07:39 수정 | 2020-12-10 13:5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MBC 통합뉴스룸 기획취재팀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를 끈질기게 추적했습니다. 이상직 의원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를 통해 딸과 아들에게 이스타항공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무상으로 물려줬다는 핵심 인물들의 증언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편법 증여 의혹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겁니다.</strong>
편법 증여 의혹을 풀 열쇠는 이상직 의원의 조카사위 최 모 씨가 쥐고 있습니다. 최 씨는 시시콜콜한 집안 일부터 민감한 회사 일까지 도맡아 이 의원 집사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횡령죄로 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회삿돈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몬스침대 안정호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안 대표는 2009년 8월 딸의 영어가정교사를 채용해 1억 8천여만 원에 이르는 급여를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가정교사는 시몬스 해외영업부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안 대표는 아내가 해외 출장을 갈 때 동행한 딸과 가정교사의 교통비까지 회삿돈으로 집행했습니다. 2억 2천190만 원입니다.
재판부는 ″안 대표가 회사 대표이사이자 주주 지위에서 회사 자금을 망설임 없이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범행 경위나 방법, 규모 등을 볼 때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닮았지만 다른 결론…“이익은 이상직이 취득” </strong>
이 사건과 닮은 사건이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이스타항공그룹 경영진에 대한 청주지방검찰청의 횡령 및 배임 수사입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상직 의원 아들의 골프 코치가 회사 직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납니다. 가짜 직원인 골프 코치에게 급여조로 지급한 회삿돈은 7천만 원이 넘습니다. 가정교사와 골프코치로 직업은 달랐지만 회삿돈으로 급여를 준 건 매한가지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래전에 이혼한 이상직 의원의 전 부인도 회사 임원으로 꾸며 4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합니다.
횡령을 공모하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상직 의원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었습니다. 담당 검사는 “이 의원이 업무에서 손을 뗐었고, 주변 사람들을 수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 의원을 조사했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기록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 의원을 직접 조사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처벌은 당시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으로 있던 이 의원 셋째 형과 임직원들이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판결문에서 “대부분의 이익은 피고인 동생인 이상직 의원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계열사 3곳의 재무담당…성실하고 믿을 만한 최 서방 </strong>
횡령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검찰이 압수한 직원 손수첩에서 이상직 의원 이름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손수첩의 주인이 바로 이 의원의 조카사위 최 씨입니다. 이 의원 전주 아파트 임차보증금으로 1억 2천만 원, 이 의원 처제 친구 신 모 씨에게 1천468만 원 등 회삿돈을 어디에 썼는지 꼼꼼하게 적어놓았던 겁니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이상직 의원 쪽으로 흘러간 회삿돈은 밝혀진 것만 10억 원이 넘습니다.
최 씨는 이스타항공그룹 핵심계열사 3곳의 재무담당을 도맡아왔습니다. ″성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었다는 게 이 의원 둘째 형의 평가입니다. 그런데 최 씨가 자금 관리만 맡았던 게 아닙니다. 이스타항공그룹의 옛 지주회사였던 아이엠에스씨의 대표로 이상직 의원 둘째 형을 앉힌 인물도 바로 최 씨로 확인됐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둘째 형은 이름만 대표일 뿐 실제 주인은 이상직 의원이라는 게 MBC 취재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연관기사: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86849_32524.html?menuid″>차명 소유하다 편법 대물림?…″차명 주주는 조카″</a>) 최 씨가 이 의원의 손발 역할을 한 핵심 조력자인 셈입니다.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주식 4억원 어치 증여...각별한 사이 </strong>
이 의원과 최 씨의 사이는 각별합니다. 이 의원은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2012년 5월 최 씨에게 2만 2천주가 넘는 회사 주식을 증여했습니다. 4억 5천만 원 어치였습니다. 자식도 아닌 조카사위에게 4억 원이 넘는 주식을 준 겁니다.
비상장 계열사인 마스터솔루션의 주식이었습니다. 2003년 자본금 10억 원으로 이상직 의원이 설립한 IT회사인데, 이스타항공 예약, 발권 같은 전산업무와 그룹 내부의 전산망 구축 같은 사업을 도맡았습니다.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줬던 회사였던 만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이익이 보장되는 알짜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최 씨는 주식을 증여받은 뒤 증여세를 자기 돈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회삿돈 7천여만 원을 빼돌려 세금을 냈습니다. 이 의원이 최 씨 앞으로 회사를 돌려놓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최 씨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 이상직 의원에게 물었지만, 이 의원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4차례에 걸쳐 13개 문항에 이르는 질문지를 보냈지만,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도 일절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조카사위 최 씨를 찾기 위해 서울과 인천, 전주와 군산을 돌며 백방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의원 첫째 형과 둘째 형은 최 씨가 “애들 교육을 위해 지금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이상직 의원이 처음 회사를 설립한 뒤부터 여러 계열사에서 자금을 관리하며 이 의원 쪽에 회삿돈을 빼돌린 인물입니다. 이 의원이 진짜 주인이라고 지목된 회사에 바지사장을 앉힌 인물도 최 씨입니다. 최 서방과 이 의원의 수상한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저희는 최 씨를 꼭 찾아야겠습니다.
[연관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