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정은

[World Now] 백악관 비상! 웨스트 윙에서 줄줄이 확진

입력 | 2020-05-09 16:36   수정 | 2020-05-11 09: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는 군인에 이어 미국 권력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까지 코로나 19에 감염돼 백악관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어제 대통령 집무실·웨스트 윙에서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해군 소속 군인으로,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손님에게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깜짝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을 포함해 자신과 긴밀히 소통하는 직원들이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이라 전했는데요, 이 소식이 전해진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오늘,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케이트 밀러′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웨스트 윙에서 확진자 2명 발생

백악관이 화들짝 놀란 이유는 케이트 밀러가 많은 사람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대변인′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인데요. 기자들과의 접촉은 당연히 많았고,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도 자주 참석해 회의 참석자인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이미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밀러 대변인이 백악관 내 사내커플이란 점도 웨스트 윙 내에서의 확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 설계자이자 핵심 참모인 스티븐 밀러가 남편인데,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CNN은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선임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의 개인 비서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두달 동안 원격근무를 했기 때문에 몇 주간 이방카 보좌관을 만나진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걱정됐는지 이방카 보좌관과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모두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네요.
상황 심각한데 마스크 안 쓰는 My way

꽤 상황이 심각해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현장 행보에 나서 ′마스크 불감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애리조나주 ′마스크 공장′을 방문하면서 정작 본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빈축을 샀는데, 현지시간 8일에는 2차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나와 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행사에는 무려 96세에서 100세에 이르는 고령의 참전 용사 7명이 참석했는데요, 참전용사 본인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의학계가 고령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각별히 주의하라 당부하는 걸 감안하면 꽤 부주의해 보이는데요. 마스크 착용을 검토하진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전용사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있었다″ ″더군다나 전염병이 도달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백악관이 뚫리면 누가 안전할까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일부는 매일 검사를 받는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서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는데요. 뉴욕타임즈는 ″백악관에서도 코로나 19를 막지 못하면 과연 이 나라에서 누가 안전할까 의문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적, 전염병 앞에서 인간은 무력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기본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걸 보면 미국 내 코로나 상황이 언제 잦아들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5월 9일 오전 기준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백 28만명, 사망자는 7만 7천명을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