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정은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폭로의 시작</strong>
지난달 23일, 케이트 존스톤이라는 이름의 20대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에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케이트는 18살이던 9년 전, 게임업계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안드리안 그비니지′란 이름의 게임 마케팅 담당자와 친해졌습니다. 업계 돌아가는 사정도 알려주고 소위 ′연줄′도 있어 잘 지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그런데 몇 달 뒤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드리안의 성적인 농담에 호응해주지 않으면 마치 본인이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그가 냉랭해졌다는거죠.
그러나 안드리안이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 중 하나인 ′유비소프트(Ubisoft)′로 이직하면서 불편한 관계에선 벗어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케이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매년 봄 열리는 대규모 게임 전시회, 팍스 이스트(PAX EAST)에서 안드리안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안드리안은 업계 사람들을 소개시켜준다는 명목으로 호텔로 초대한 뒤, 그녀를 성폭행 했습니다.
소속 부서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담당 상관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케이트가 업계에서 잘나가는 안드리안에게 접근한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케이트는 좌절했고, 어쩔 수 없이 침묵을 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악몽같은 기억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6년이 지나서야 케이트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일을 트위터에 공개하게 된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뒤이은 폭로…미투(MeToo)로 이어지다</strong>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안드리안이 근무하는 유비소프트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제보와 지지의 메시지가 줄을 이은 겁니다.
쉐어(Cher)라는 아이디의 여성은 안드리안으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2015년 안드리안은 나를 공격적으로 성추행 했습니다. 관심없다는 걸 분명히하자 그는 나를 유비소프트 홍보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다른 유비 소프트의 중역들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들도 이어졌습니다.
유비소프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컴퓨터 비디오 게임 회사로 23개국에 지사를 설립한 다국적 기업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큰 인기를 끈 춤추는 게임 ′저스트 댄스,′ 비밀결사대가 적들을 암살하는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로 유명합니다.
이런 유명회사에서 미투가 잇따라 터졌으니, 회사는 물론 게임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게임업계 발칵…폭로 잇따라</strong>
유비소프트 측은 자체조사를 진행한 뒤 문제의 당사자들은 물론, 관리 책임이 있는 핵심 임원진 5명을 퇴출시켰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매체 [리베라시옹]의 취재 결과 SNS로 폭로된 사례들 절반 이상이 이미 유비소프트 인사부에 접수됐지만 묵살됐고, 피해자를 겁박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회사는 ″가해자들이 원래 창작자들이라 그런 식으로 일한다″거나 ″같이 일할 수 없다면 네가 떠나야 한다″고 하는 등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유비소프트발 미투는 게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습니다.
미국 내 개인방송 진행자 에이전시인 ′온라인 퍼포머스 그룹(O.P.G)′은 7월 초 아예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회사 CEO인 오미드 다리아니가 6년 전, 오버워치 게임 개발자인 몰리 팬더에게 성접대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격투게임 대회인 에보(EVO)도 최고경영자 조이 쿠엘라가 어린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취소됐습니다.
한 트위터가 ″1990년대 조이가 어린이들에게 옷을 벗는 대가로 수십 달러 상당의 오락실 토큰을 줬다″고 폭로한겁니다.
이 증언 이후 나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격투 게이머들이 여러명 등장했고, 관계사들이 대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대회는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반복되는 성차별적 문화 논란…왜?</strong>
게임업계 내의 성차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4년 8월 조이 퀸이라는 여성 게임개발자는 업계에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여성 혐오적 공격이 만연하다고 주장하자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조이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신상 털기는 물론 살해 위협까지 하면서 FBI가 수사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게이머게이트′로 불리면서 큰 이슈가 됐지만 정작 업계의 성차별적 문화는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번 유비소프트의 미투는 변화를 가져올까요?
미국 알버타 대학의 고든 켄지 박사는 ″해고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높은 사람과 가해 당사자 몇 명 해고하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되는데 지금 유비소프트가 그러고 있다는 겁니다.
일리노이 대학의 키쇼마 그레이 교수 역시 게임업계가 ″악당을 숙청한 뒤 이제 괜찮다고 생각할 뿐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여성 캐릭터의 선정성, 비하 등 게임 속 성차별 논란 역시 가혹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런 게임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한 부분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