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정은

[World Now] 욕 먹으며 사재기 했는데 "백신 안 맞아!"

입력 | 2020-08-11 09:04   수정 | 2020-08-11 10:2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코로나19 확진자 2천만명 돌파…역대급 확산</strong>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천 만명을 넘었습니다. (월드 오미터, 10일 아침 8시 기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보고된 지 7개월만입니다.

미국의 확진자(519만여명)가 가장 많은데 전세계 확진자 4명 중 1명이 미국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과 백신 확보에 정치적 사활을 걸었습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3억회 분을 확보하더니 미국, 독일, 프랑스 회사 가릴 것 없이 손을 뻗어 7억회 분의 백신을 미리 확보했습니다. 미국 국민이 3억 3천여만명이니 전국민이 2번 이상 맞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미국이 공격적인 사재기에 나서자 코로나19 의약품은 공공재가 돼야 한다고 했던 유럽 국가들까지 선구매로 돌아섰습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가 백신동맹을 맺어 7억회분을 확보했고, 영국도 전 인구가 3번 맞을 수 있는 1억 9천만회분을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부자나라들이 미리 확보한 백신이 14억회분, 추가 구매를 이야기 중인 것도 15억회분이나 됩니다. 전 인구의 절반 분량을 일부 부자나라들이 ′싹쓸이′ 한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백신을 개발하라! 유래없는 속도전</strong>

사재기는 연구비를 투입하고 입도선매하는 방식입니다.

각국 정부의 거액 투자와 지원에 힘입어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을 위한 유래없는 속도전에 돌입했습니다.

WHO는 현재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160여종이 개발되고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 3상 단계에 돌입한 곳이 6곳 입니다.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한 사람들에게 일정 비율이상 중화항체가 형성되면 백신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런 초고속 개발이 가능한건 코로나19가 전세계, 계층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시장성(?) 덕분에 다른 전염병과는 달리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에 주저없이 뛰어들게 된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기껏 싹쓸이 해놨는데…″백신 나와도 안맞을 것″</strong>

하지만 백신 확보 전쟁이 무색하게 정작 백신이 나와도 맞지 않겠다는 ′안티 백신′ 운동의 기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선 정부가 무료로 백신을 제공해도 맞지 않겠다는 사람이 3명 중 1명이나 됩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백신반대 운동가는 에이미상을 받은 미국의 유명 TV 프로듀서 ′델 빅트리′입니다.
델 빅트리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백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을 광범위하게 접종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거란 겁니다.

그는 이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고, 의무적인 백신 접종은 정부와 제약사가 만든 ′기득권의 음모′라 비판해 왔는데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그의 SNS 팔로워가 크게 늘면서 관심을 끌자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최근 그의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지난 1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통제를 반대하는 2만여명이 집회를 열었습니다. 독일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대규모 행사를 금지하자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특히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팬데믹 상황이 아닌데도 빌 게이츠가 백신을 팔기 위해 사태를 과장하고 각국 정부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백신을 안 맞겠다는 움직임은 영국에도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27%,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왜 백신을 거부하는걸까?</strong>

한편에선 이런 백신반대 운동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착용 문제를 놓고 ″의료 종사자들에게 필요할 뿐 일반인들은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마스크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야 일반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마스크 착용으로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뻔히 보고도 쓰지 말랬다, 쓰랬다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냐는 논리입니다.

백신이 있어도 안 맞겠다는 이들을 두고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개탄했습니다.

″놀랄만큼 많은 비율의 사람들에게 반 과학, 반 권위, 반 백신의 정서가 퍼져있다. 사람들에게 백신의 진실을 교육하려면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정작 파우치 박사 마저 지난 3월까지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완강하게 반대했던 걸 떠올리면 백신 반대 운동가들의 생각은 더더욱 바뀌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제약 회사만 웃는다?</strong>

맞건 안맞건 그건 차후의 문제고 어쨌든 제약회사 임원진들은 돈방석에 앉게됐습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2천억원)을 지원받은 ′모더나′의 주가는 올해 초 20달러에서(1월 14일 종가 기준) 74달러(8월 7일 종가 기준)로 올랐습니다.
16억 달러(약 2조원)을 지원받게 된 노바벡스는 주가가 6개월 전에 비해 17배로 뛰었습니다.

진짜 ′선수′들은 이미 차익을 실현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모더나의 최고재무책임(CFO)와 최고의료책임자(CMO)는 1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뒤 스톡옵션을 행사해 3천만 달러(약 360억원)을 벌었습니다. 노바벡스 임원진 4명도 스톡옵션을 행사할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현재 가치로는 1억 달러(약 1200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하는군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그럼 가난한 나라들은 어떻게?</strong>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저개발 국가들의 국민들도 함께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생성돼 백신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신이 운영하는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돈 1억 5천만 달러(약 1,782억원)을 빈곤국 백신 공급을 위해 내놓기로 했습니다.
WHO와 GAVI가 주도하는 백신공급협의체, 코백스(COVAX facility)도 결성돼 있습니다.

개발된 백신이 일부 국가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일종의 연합체인데, 우리나라도 여기에 가입했습니다. 미래에 생산되는 백신의 20%는 인류 공영을 위해 코백스에 가입한 75개국에 공급하자는 취집니다.

최근 우리 정부가 1천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코백스를 통해 미래에 확보할 분량이 인구의 20%, 1천만명분이란 뜻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개발되도 안정성 의문…백신은 인류를 구할까?</strong>

미국 정부는 중화항체가 50%만 형성돼도 백신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보통 100명에게 백신을 접종했을때 최소 70명 이상에 항체가 형성돼야 백신으로 인정하는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준을 대폭 낮춘 겁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임상시험은 비교적 이상적인 조건 하에 실험이 이뤄진다. 현실에선 백신 보관 온도, 운송, 개인별 건강상태 등에 차이가 있어 시험만큼 효과가 나오기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내년 말까지 최대 생산량이 10억회 분에 그칠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백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재기, 불신, 불평등…백신이 인류를 구원할 것인지는 좀 더 세월이 흐른 뒤에야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