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12 09:25 수정 | 2020-08-12 09:32
<i>″아베 총리가 도쿄 롯폰기 호텔 내 헬스장을 방문해 땀을 흘려 운동했다″
″헬스장 방문은 지난 1월 3일 이후, 7개월 만이다″ (8월 11일 요미우리)</i>
건강악화설이 퍼지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오후, 도쿄 중심가 롯폰기에 있는 한 호텔 피트니스 클럽을 찾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매일 지면을 통해 ′총리 일정′을 소개하는데요. 아베 총리는 10일 오후 2시 11분 쯤 호텔에 도착했고, 오후 5시 38분 쯤 호텔에서 나갈 때까지 3시간 넘게 머물렀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까지는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매달 1~2회 씩 헬스장에 다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 등으로 자제해왔다″고 전했습니다.
7개월 만에 아베 총리가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日주간지 ″아베 의식 잃고 쓰러졌다″ 건강악화설 잇따라 보도</strong>
일본 정부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건강 이상설 보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일본의 유력 주간지 ′슈칸포스트(週刊ポスト)′입니다.
9일 인터넷판에서, 관저 관계자를 인용해 총리의 건강악화설을 보도했습니다.
<i>″아베 총리가 7월 6일, 관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기증이 나서 의식을 잃었고 의사 응급 조치를 받았다″ (관저 관계자)</i>
앞서 지난 4일, 또 다른 주간지인 ′플래시(FLASH)′가 ″아베 총리가 관저에서 피를 토했다″고 보도한 지 5일 만에 건강악화설이 또 터져나온 겁니다.
슈칸포스트는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뿐만 아니라 위 상태도 매우 나빠져, 음식을 먹어도 설사를 자주 해 체력과 기력이 악화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은 물론,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임시국회 소집에도 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관저 관계자의 폭로도 나왔습니다.
또 아베 총리는 매년 8월 15일 전후,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 ′오봉(お盆)′ 기간에 후지산 자락에 있는 야마나시 현의 개인 별장에서 취미인 골프를 치며 여름 휴가를 보내곤 했는데요.
이번엔 건강이 나빠져 호텔에서 2-3일 쉬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일본 정가에선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총리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아베, 연설문 재탕 논란</strong>
정말 총리의 건강이 나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자주 하던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공식 행사에서는 성의없는 연설문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과 9일, 원폭 투하 75주기를 맞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는데요.
행사에서 연설문이 거의 똑같아 재활용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에 올라온 6일과 9일 연설문을 보면, 행사가 열린 지역 이름만 바뀌었을 뿐, 거의 모든 단락의 단어 구성과 흐름이 똑같습니다.
′복사하여 붙이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마지막으로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여기 히로시마에서, 핵무기가 없는 세계와 영구평화의 실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원자 폭탄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과 피폭자 여러분, 그리고 참석자들과 히로시마 시민 여러분의 평안을 기원하며, 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8월 6일,히로시마)
″마지막으로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여기 나가사키에서, 핵무기가 없는 세계와 영구평화의 실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원자 폭탄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과 피폭자 여러분, 그리고 참석자들과 나가사키 시민 여러분의 평안을 기원하며, 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8월 9일, 나가사키)</strong>
일본 정부는 매년 반복되고 비슷한 성격의 행사이기 때문에 유사한 표현이 등장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은 거세지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두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93%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나가사키 기념식의 인사말 1,153개 단어 중 93%에 해당하는 1,078개 단어가 같았고, 7개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야당인 국민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의원은 ″관료들이 써준 글을 그냥 읽을 뿐, 총리로서 진정성도 없다″며 ″말로만 평화를 말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 제일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피폭자 단체 ″이럴 거면 뭐하러 왔나″ 분노</strong>
이런 무성의한 연설 내용에 대해 피폭 피해자 단체들도 분노했습니다.
나가사키현 평화운동센터 피폭자연락협의회, 가와노 고이치 회장은 ″원폭 피해자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핵무기 근절을 위한 히로시마 모임′의 모리타키 하루코 공동대표도 ″아베 총리는 고령화되고 있는 피폭자들에게 다가서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그런 성의없는 태도가 연설문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복사하고 붙이기(Copy and Paste), 즉 ′복붙′을 줄여서 ′코피페′라고 부르는데요.
트위터 등 SNS에도 ″총리가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 연설을 ′코피페(복붙)′하다니 말도 안 된다″거나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