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정은

[알려줘! 경제] 단계적 일상 회복의 뒷면‥빚 걱정에 한숨 가득

입력 | 2021-11-02 17:59   수정 | 2021-11-18 16:36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했습니다. 어제 저녁엔 모처럼 식당들에 활기가 띠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원제한이 완화되면서 정말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제 550만 자영업자들의 생활이 좀 나아질까요? 억눌려있던 소비심리가 꿈틀대고 대면모임도 다시 활발해지면 당장 매출은 오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곳은 그동안 쌓인 빚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돈을 벌어도 바로 빚 갚는 데 써야 할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매출은 줄고 빚은 늘고</strong>

한국개발연구원 KDI 오윤해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으로 자영업자들의 매출감소가 길어지면서 빚이 늘었습니다. 2021년 8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모두 988조 5천억 원. 이 가운데 사업자 대출은 572조 6천억 원, 가계대출은 415조 9천억 원입니다. 2019년 12월 대비 21% 이상, 173조 원이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 가계 대출 증가율이 13%였으니,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율이 더 높습니다.

채무의 질도 나빠졌습니다.

개인사업자가 낸 빚이 은행보다는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캐피탈 같은 고금리업권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은행권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탓도 있겠지만 1금융권에서 이미 받을 만큼 대출을 다 받았거나, 신용도가 낮아지면서 고금리업권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개인사업자가 받은 가계대출이나, 사업자 대출에서 모두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음식점·서비스업 매출 더 늘어나</strong>

업종별로도 따져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음식업의 대출증가율은 26.9%, 개인서비스업 대출증가율은 20.9%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에서 대출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식의 락다운(전면봉쇄)을 하지 않았기에 타격이 적었던 제조업 부문은 대출 증가율이 11.5%였습니다. 중소상공인들이 영업시간 제한, 인원 제한 등을 지키며 방역의 선봉에 서면서 타격을 많이 받고, 빚도 많이 진 겁니다.
게다가 매출이 많이 떨어진 업체일수록 고금리 대출도 많이 늘었고, 소득이 낮은 사업자일수록 대출 증가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이자 높은 빚이 더 늘었다는 건데, 앞으로 금리가 높아지고 은행권의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책금융 대출…언발에 오줌누기?</strong>

<표2>를 보면 지난해 2/4분기 고금리업권 대출 증가율이 잠시 하락하다 올해 들어 크게 솟구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보증을 서고 저금리에 돈을 빌려주는 정책자금이 대규모로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거리두기가 장기화된 올해 2/4분기, 3/4분기엔 특히 대출 증가율이 두드러졌습니다.

오 박사는 이런 정책금융 지원이 피해업체의 매출이나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폐업을 막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코로나19 긴급 자금이 3조 원어치 공급됐는데, 당시 대출심사가 완화됐습니다. 상환능력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4차 유행에 이르기까지 경제활동이 제한됐으니 정책자금이 매출이나 고용에 영향을 주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2016년과 2017년 사이 정책금융을 받고도 폐업한 업체를 분석했더니 신용점수가 정책금융을 안 받은 업체보다 64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에는 정책자금이 도움되겠지만 경영이 개선되기 어려운 업체에는 빚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언제 터질지 모르는 빚 폭탄?</strong>

금융당국은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해 중소사업자들의 대출 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도 연장해줬습니다. 그 금액이 모두 222조 원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대출 상환을 미룰 순 없는 일입니다. 내년 3월 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면 이자도 내고 빚도 갚아야 합니다. 이 빚을 갚으려 더 비싼 이자로, 고금리업권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고 박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지원과 금융지원이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회복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고금리 대출을 장기상환 저금리로 대체하는 대환상품을 제공해 이자 부담을 낮춰주고, 시중 은행 금리가 높아질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저금리의 정책 금융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여행업이나 공연업처럼 거리두기에 간접영향을 받았지만 손실보상법에서 제외된 업종에는 추가적인 재원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폐업 후 재기를 지원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자영업자 60%가 폐업 고려</strong>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이 자영업자 2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60%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매출액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36.4%),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 지출이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18%, 대출 상환이 부담스럽다는 대답은 11%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폐업도 많아졌습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폐업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자영업자는 약 24만 7천여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모든 직종을 통틀어 최고 수준입니다. 서울연구원 조사결과 자영업자의 코로나19 스트레스 수준은 24.4점인데 23점 이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일상회복과 함께 관심과 지원의 대상에서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소비진작보단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