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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사찰정보 MB에 보고" 국정원 감찰 결과에 朴 "기억 없다"

입력 | 2021-07-07 10:59   수정 | 2021-07-07 13:39
박형준 현 부산시장이 MB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사들에 대한 관리 방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사실이 국정원 감찰실 조사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14일 국정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체 감찰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 정보위원회 위원들에게 열람했습니다.

보고서를 살펴본 복수의 정보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6월 국익전략실 중심으로 ′4대강 살리기 현안 대응 TF′를 구성합니다.

TF는 ″청와대 요청으로 4大江(4대강) 사업 반대 단체 및 인물을 선정하고 설득·순화 작업, 또는 개인비리 수집용 대응 활동 계획을 수립, 시행″했다고 감찰 결과를 밝혔습니다.

민간인들에 대한 사찰 정보와 공작 계획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사실도 적시했습니다.

감찰 결과, 2009년 7월 1일과 16일 각각 청와대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보고 대상은 홍보기획관이었습니다.

당시 홍보기획관은 박형준 현 부산시장입니다.

특히 16일 보고에선 ″사회·환경·종교단체 등 반대단체 핵심인물 20명을 선정하고, 정부 각 부처 친분 인사를 전담관으로 지정하여 간접 관리라인 구축″을 하겠다며 인물별 동향, 이력 등이 담긴 불법 사찰 정보를 전달합니다.

해당 문건에선 반대 인사들에 대해 ″국민적 거부감 조성″, ″취약점 집중 공략″ 등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나흘 뒤 이를 다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습니다.

감찰보고서는 ″대통령께서는 7.20 홍보기획관으로부터 當院(당원, 국정원을 지칭)에서 작성·지원한 ‘4大江(4대강) 사업반대 인물 및 관리방안’을 보고 받으시고 ′보고서에 명기된 전체 인물을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기술했습니다.

이어 ″홍보기획관은 7.23 차관회의시 당원(當院)에서 제시한 대책을 적극 반영토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국정원의 불법 사찰정보를 보고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제지하지 않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추가 조치까지 취했다는 겁니다.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당시 홍보기획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대통령의 지시까지 받았던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이라며 ″국정원 감찰보고서가 없던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수차례 4대강 사업 반대 단체 사찰을 국정원에 요청하거나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지난 3월 11일엔 ″백 번을 묻는다 하더라도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불법 사찰,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고 22일에도 ″국정원 불법 사찰에 관여한 적도, 알지도 못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위 국정원 감찰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박 시장측은 MBC에 ″국정원 불법사찰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한 바가 없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억은 더더욱 없다″고 전면 부인했습니다.

다른 언론과의 통화에선 ″정체 불명의 문건을 갖고 자꾸 뒤집어 씌우려 한다″며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라고 감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번에 국회에 보고된 국정원 감찰 보고서는 지난 2017년 12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하면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감찰을 권고한 7가지 의혹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정원 감찰실은 자체 직무 감찰을 통해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고, 문제의 부분은 지난 2009년 당시 작성된 존안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