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생존해보려고, 살아보려고 (성전환) 수술을 받는 겁니다″ 수술 후 더 고통받은 변 하사의 1년 </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강제 전역의 이유가 딱 하나거든요. ′성기 상실′ 하나죠″</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전역 취소 행정소송 제기, 더딘 재판 진행 … 첫 변론기일은 8개월 지나 지정</strong>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괴로워하던 군인이 사망했다. 남성에서 여성이 된, 스물 네 살의 군인 변희수 하사. 그는 1년여 전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세상 앞에 나섰다. “언제든 조국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던 그를 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그 다음날 강제 전역됐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지난 2월 28일은 변 하사의 의무복무 기간 4년이 꽉 차는 날이었다. 변 하사의 연락이 끊긴 건 그날부터였다. 주변의 신고를 받고 그의 자택을 찾았을 때, 변 하사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 자리에선 유서 한 장 발견되지 않았다.
“생존해보려고, 살아보려고 그런 수술을 받는 겁니다.” 변 하사가 성전환수술을 결정한 건 2019년 여름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별 불일치로 인한 불쾌감(젠더 디스포리아)을 겪어온 그는, 군인이 되려면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2017년 임관한 그는 누구보다 성실히 생활했다. 오랫동안 겪어온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억누르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는 성전환수술을 권유했다. 변 하사는 소속 부대에 이를 알렸다. 여단장은 “네 군 생활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군의 허가를 받고 그해 겨울, 해외로 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역심사위에 회부됐다. 군은 그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인사법에 언급된 심신장애 등급에 따른 결정이었다. 강제 전역 처분까지 소요된 기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소속부대는 변 하사가 계속 복무하길 원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역심사기일을 법원 판단 이후로 연기하는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지만 소용없었다. “변희수 하사가 그냥 군인이지, 더 이상 뭘 얘기해야 되죠?” 젊은 군인포럼 김은경 대표는 “인사관리 제도가 아닌 신체 등급으로 전역시킨 것”이라며 군의 결정을 비판한다. “굉장히 비겁한 것이었고, 여군들도 그런 점에 분노한다”는 것.
“이 군에서 계속 복무를 하기 위해서 성별 정정을 했지, 그 이상 목표는 없었습니다.” 변 하사는 충성했던 군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 지난해 8월, 전역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 일정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 사이 UN은 변 하사의 강제전역이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며 서한을 보냈고, 국가인권위도 변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를 권고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재판은 자꾸만 미뤄져 소 접수 8개월 뒤인, 오는 4월 15일에야 첫 변론 기일이 잡혔다. 하지만 신청인 본인은 이제 재판의 결과를 영영 알 수 없다.
군의 차별과 싸우겠다던 변 하사에게 2020년 한 해는 어떤 해였을까. “이게 솔직히 차별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저희는 가만히 숨어서 살아가는데… 왜 이렇게 숨어서 살아야 하는가.” 그가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 남긴 말이었다.
이제 그는 없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가 지나서야 국방부장관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연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 하사보다 일주일 앞서, ‘생존하면서 싸워나가야겠다’던 트랜스젠더 김기홍 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숨어야만 했던 곳곳의 ‘변희수’들은 여전히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PD수첩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는 오늘(13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