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예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이 눌러 버린 죽음

입력 | 2021-06-29 11:09   수정 | 2021-06-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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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 혼인신고를 한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故 이 중사. 그 이유는? </b>
<b style=″font-family:none;″>- 악몽 같았던 부대 내 성추행 사건... 이어진 회유와 은폐 압박</b>
<b style=″font-family:none;″>-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그 날의 기록, 최초 공개</b>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이 공군 슬로건이에요. 그게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저 힘에 우리 아이 작은 힘도 있겠다. 근데 그 힘이 우리 작은 아이의 힘을 눌러버린 거예요.” - 故 이 중사 어머니

5월 21일, 이 중사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서 같은 공군 동료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부부의 날’에 혼인신고를 했다며 기뻐했던 이 중사. 함께 내일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던 그녀는, 그러나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휴대전화에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남겨져 있었다. 故 이 중사의 어머니는 “자신이 이만큼 고통스러웠다고, 그러니 벌 받을 사람 다 받게끔 해 달라”는 의미에서 동영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중사를 고통으로 내몰았던 성추행이 일어난 것은 3월 2일. 원래대로라면 이 중사는 그날 밤 근무를 해야 했지만, 선임으로부터 다른 사람과 근무를 바꿔서라도 회식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선임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참석한 회식은 부대 상사의 개인적인 술자리였다. 그런데, 원치 않던 회식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끔찍한 성추행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이 중사에게 참석을 강요했던 장 중사였다.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성추행, 이 중사는 끝내 추행을 피하고자 먼저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잠시 후 장 중사도 차에서 내려 이 중사를 쫓아와 오히려 이 중사를 겁박했다.

성추행 발생 이후, 이 중사는 매뉴얼대로 상관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알린 이 중사에게 돌아온 건 계속된 회유와 합의 종용 압박이었다. 대대장을 비롯한 부대 상관들이 이 중사 가족에게 약속했던 엄정한 조사와 처벌, 그리고 피해자 보호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해자 장 중사는 ‘파견’ 형식으로 타 부대에 전출되기 전까지 같은 부대 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80여일이 지나도록 가해자 조사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속 부대에서의 2차 가해를 피해 이 중사가 부대를 옮겼지만, 그 곳에서도 따돌림은 계속되었다. 이 중사의 안타까운 죽음마저도 최초에는 ‘단순 변사’로 보고했다. 유가족들이 故 이 중사의 죽음에 당사자와 2차 가해자들뿐 아니라 군 역시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유가족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건을 덮기 급급했던 군대 내 수사체계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이제라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PD수첩은 사건 당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 최초로 공개한다. 아울러 이 중사가 군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군 내부의 조직적인 회유와 합의 종용 압박을 겪어야 했던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이 중사를 저버린 공군과 군 사법체계의 문제를 짚어본다. ‘故 이 중사의 마지막 메시지-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편은 오는 화요일 밤 10시 30분 <PD수첩>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