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30 09:25 수정 | 2021-10-30 09:3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9살 딸을 쇠사슬로 묶고 불로 지진 엄마, 언니를 흉기로 찔러죽인 여동생‥형을 깎아준 이유는?</strong>
9살 여자아이가 잠옷 차림으로 아파트 4층 높이의 옥상 지붕을 통해서 맨발로 집에서 탈출한 사건. 탈출 이유는 엄마와 의붓아빠의 학대 때문이었습니다. 부부는 불에 달군 프라이팬과 쇠젓가락으로 딸의 손과 발을 지졌고, 쇠사슬에 몸을 묶어 놓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이가 깨지고, 양쪽 눈과 온몸에 멍이 들었고, 영양실조,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부부는 반성문을 150여 차례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반성하며 사죄하는 마음이 있나 의심스럽고 피해보상 예상이 어렵다″면서 아빠에게 징역 7년, 엄마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학대를 같이 저질렀는데 엄마의 형이 왜 아빠보다 더 가벼웠을까요?
판결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올해 4월, 언니를 살해한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징역형인데 징역 3년? 왜 이렇게 많이 깎아줬을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먼저, 9살 딸을 학대한 부모 중 엄마는 2015년부터 조현병을 앓아온 점이 인정됐습니다. 조현병과 피해망상 환자기 때문에 이른바 ′심신미약′ 감형이 이뤄진 거죠.
여기에 대해서 관련 시민단체가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학대 사실이 보도된 뒤 자신들의 사진과 실명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 수십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런 사람이 무슨 심신미약 상태냐″는 거죠. ″언제까지 이런 범죄자를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봐줘야 하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언니 살인 사건 역시 정상참작의 사유 중 하나가 ′심신미약′이었습니다. 범인인 30대 여성은 흉기로 언니를 한 차례 찔러 과다 출혈로 숨지게 했는데요. 법원은 이 여성이 안면 마비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고,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다고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이 이 사건 이후 죄책감으로 평생 괴로워할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이나 피고인의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피고인에 대한 치료와 보호를 다짐하고 있다″는 것도 형을 깎아준 이유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심신미약은 ′합법적인 만능 면죄부′? 감형 요소 된 이유는‥ </strong>
<center><table class=″txc-table″ width=″70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 style=″border:none;border-collapse:collapse;;″><tbody><tr><td style=″width:700px;height:24px;border-bottom:1px solid #ccc;border-right:1px solid #ccc;border-top:1px solid #ccc;border-left:1px solid #ccc;;″>형법 제10조(심신장애)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td></tr></tbody></table></center>
′심신미약′이 대체 뭔지 살펴볼까요.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의 범주 안에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이 들어갑니다. 제10조의 1항이 심신상실인데, 외부 환경 자체를 전혀 인식할 수 없고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도 없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런 상태에서는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오히려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자주, 많이 문제가 되는 게 2항의 심신미약입니다. 이건 심신상실처럼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상태에 비해서는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뭐가 포함될까요? 구체적인 항목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지만 정신질환, 약물, 음주 등이 일반적으로 인정됩니다. 법률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다고 무조건 심신미약이 되는 건 아니고 법관이 최종적으로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합니다.
심신미약 감형 조항, 우리나라에만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형법은 일본법을 ′계수′, 즉 이어서 만들어졌고, 일본법도 독일법을 계수했는데 독일 형법에 심신미약 감경 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같은 영미법 체계국가에는 심신미약 감경 조항이 없습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즉 같은 죄라도 형량을 깎아줄 수 있습니다. 우리 형법의 기본원리가 ′책임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건데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에 취했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제대로 된 의사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인 사람에게는 책임도 그만큼 덜 묻는 겁니다.
심신미약 감형은 특히 강력범죄, 흉악범죄에서 뜨거운 화두로 심심찮게 등장해 왔습니다. ′음주 감형′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가장 나쁜 예, 바로 조두순입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범죄에는 ′음주나 약물에 의한 심신미약 감경′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 김성수 기억하시나요. 당시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울증을 핑계로 감형을 해주면 안된다는 국민 청원에 100만명 이상 동의할 정도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때 형법 제10조 2항이 저렇게 바뀐 겁니다. 그 전까지는 법 조항이 ′형을 감경한다′라는 문구로 돼 있어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형을 깎아줘야만 했는데, ′감경할 수 있다′라는 문구로 바뀌면서 이제는 판사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감형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게 3년 전입니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네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심신미약 감형′, 정말 필요할까요?</strong>
엠빅뉴스에서 〈이거 실화야?〉 새로운 시즌을 시작합니다. 첫 주제는 ′심신미약 감형′, 미리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에 많은 인원이 참여해 주셨고,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술먹고 살인 강간은 봐주는데 왜 운전은 감형이 안될까요? 진짜 법을 왜 이렇게 만드는지 도무지 100번을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됩니다.″
″음주, 약물 권장하지도 않는 것들을 법정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시킨다? 어불성설이고 오히려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 누가 봐도 당연한 이치‥″
″지금 우리나라에선 심신미약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할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심신미약 그리고 감형을 둘러싼 논란, 그 모든 궁금증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가 속시원하게 대답해 드립니다.
<a href=https://youtu.be/-jeIwDZPoZE″ target=″_blank″>[이거 실화야?] ′형량이 이것 밖에 안 돼?′ 범죄자들이 애용한다는 감형 꼼수 (feat.이수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