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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 영상 법정서 증거로 못 쓴다‥여성계 등 반발

입력 | 2021-12-23 17:26   수정 | 2021-12-23 17:37
성폭력 범죄의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도, 영상 녹화한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오늘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위헌소헌을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항은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의사 결정 능력 등이 미약한 경우, 진술을 촬영해 보존하고 이를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조항에 따라 피해자의 법정 진술 없이 1·2심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은 A씨 측은 앞서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못해 부당하다″며 상고심에서 위헌소헌을 제기했습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보호 필요성이 큰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해 경험을 진술하거나 반대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고통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는데도,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해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헌재는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고 진술 증거를 탄핵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증거 왜곡이나 오류를 탄핵할 효과적 방법인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대체 수단도 마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동영상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는 것을 가해자가 반대하면, 검찰이 다른 증거들로 혐의를 입증하거나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해야 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됩니다.

헌재의 결정에 여성계 등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가출 청소년이나 한부모 가정 출신 등 취약 계층이 대다수′라며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