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1-08 10:49 수정 | 2021-01-08 13:32
현지시간 7일 새벽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건물 내부의 원형 홀에서 양복에 넥타이를 맨 한 아시아계 남성 한 명이 마스크를 쓰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묵묵히 쓰레기를 주워 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전날 오후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증을 막기 위해 난입하며 의사당 내부가 만신창이가 된 직후의 모습입니다.
이 남성은 뉴저지에서 재선에 성공한 한국계 하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입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시위대 난입으로 중단됐던 상하원 합동회의가 다시 소집되고 난 뒤 의사당 복도를 걷다가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발견했습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의사당 경호 인력 몇 명이 청소하는 것을 발견한 그는 쓰레기 봉투 하나를 얻어 보이는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김 의원은 ″단지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고조된 애국심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말 마음이 아팠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사랑하는 어떤 것이 망가진 것을 봤을 때 고치고 싶을 것″이라며 ″의사당 건물은 특별하고 특히 원형 홀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청소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모습을 목격한 동료 의원 톰 맬리노스키는 ″새벽 1시로 기억되는데, 경호요원 2명이 있었고 뭔가를 치우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을 봤는데 앤디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잔해를 쓰레기봉투에 넣고 있었다″며 ″청중을 위해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밤새도록 바이든 당선인의 인증 작업이 진행되던 국회에서 ″가장 가슴이 저미는 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중동 전문가인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오바마 키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사입니다.
그가 2년 전 하원에 처음 입성할 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계 이민 2세로 뉴저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시카고대를 졸업한 뒤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고 의회에 입성한 뒤로는 군사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그는 우리나라와 뉴저지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