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정원

"중국만 군부편"…미얀마 시위 와중서 반중정서 급속 확산

입력 | 2021-02-11 17:54   수정 | 2021-02-11 17:54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의 거리 시위가 엿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군부를 사실상 두둔해온 중국을 비난하는 시위와 여론전이 이어지는 등 반중 정서가 급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재 방침과 뉴질랜드의 정치·군사교류 중단 등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국제사회 압박을 이용,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행보로 보입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오늘 최대 도시 양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약 1천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습니다.

이틀째 시위로, 어제와 비교해 규모가 훨씬 커졌습니다.

시위대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악수하는 사진 위에 `미얀마 군사 독재자 지지를 멈추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전 세계가 미얀마 국민 편인데, 중국만 군사정권 편`이라고 적힌 팻말도 찍혔습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미얀마 시위대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입니다.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쿠데타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각 당사자가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데타를 규탄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도 시위대가 중국을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는 이유입니다.

SNS에는 중국 항공기가 중국 기술 인력을 미얀마로 데려왔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군정의 조치에 중국이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 측은 어제 페이스북에 이 항공기는 해산물을 수출입하는 정기 화물기라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그리고 수도 네피도 등 곳곳에서 엿새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현지 언론과 SNS에는 공무원, 노동자, 학생 및 교사, 의료진은 물론 수녀들과 보디빌더 등 다양한 시위대가 행진하며 쿠데타를 규탄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외치는 모습이 전해졌습니다.

100여 개 소수민족 중 가장 규모가 큰 이들 중 하나인 카렌족들도 양곤의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자치를 요구하는 소수민족은 수 십 년간 미얀마 군부와 충돌해왔습니다.

군부는 `자제 모드`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9일 네피도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시위 참여자 미야 테 테 카잉이 중태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군부는 수치 고문 측근인 쬬 띤트 스웨 국가고문실 실장과 민주주의 민족동맹 NLD 지도부, 작년 총선 결과를 승인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어젯밤 자택에서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또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된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보안군이 일부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 등으로 폭행했다는 `미확인` 동영상이 SNS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