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혜연

[World Now] 코로나 새 진앙지 '인도'…봉쇄령에 한국 교민도 사망

입력 | 2021-04-20 15:17   수정 | 2021-04-22 15:5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2차 유행으로 코로나19 폭증′ 인도서 한국 교민 첫 사망</strong>

인도에서 50대 한국 교민 남성이 코로나19에 걸려 치료를 받던 도중 사망했습니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27만 명을 넘으며 코로나19 ′2차 유행′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인도에서 한국 교민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교민 A씨는 코로나19 판정을 받고 지난 15일 부인과 함께 입원한 뒤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특히 호흡곤란을 지속해서 호소했고, 95에서 100% 정도가 정상인 혈중 산소포화도는 70에서 80%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은 혈중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이 발생해 장기 손상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산소호흡기 갖춘 중환자실 어렵게 구했지만, 회복 못하고 사망″</strong>

이런 상황에서는 호흡기를 통해 산소를 주입해줘야 하지만, A씨는 산소호흡기를 갖춘 중환자실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습니다.

뉴델리에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산소호흡기를 갖춘 중환자실이 거의 꽉 찬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A씨는 18일 오후에서야 대사관 등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중환자실 병상을 확보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어제 목숨을 거뒀습니다.

인도의 한국 교민 약 1만 1천 명 중 대사관에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0여 명이지만, 실제 감염된 이들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무너진 인도 의료망…병원은 난민수용소 방불</strong>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 최대 국립병원 중 한 곳인 뉴델리 사프다르정 병원 건물 밖은 전쟁터의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고 합니다.

환자 수십 명은 노천에서 철제 간이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옆에는 가족들이 자리를 깔고 환자를 돌봤습니다.

환자 대부분은 코로나19에 걸린 이들이었고, 확진 판정을 받고 상태가 나빠져 급하게 병원을 찾았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남성 라지 조시는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병상이 없어서 이렇게 건물 밖에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구 2천 만명인 인도 수도 뉴델리의 의료 체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수도 뉴델리 확진자 두 달 만에 100명에서 2만 4천 명으로 ′대폭발′</strong>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100명 수준이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5천 명 안팎으로 폭증하자 병원마다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뉴델리 내 중환자용 병상은 총 4천412개인데 현재 빈 병상은 50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도 ″델리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의료 체제가 무너지면서 렘데시비르 같은 코로나19 치료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현지 언론은 렘데시비르가 불법 시장에서 시가의 5∼6배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뉴델리 6일간 전면 봉쇄령…지난해 봄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strong>

코로나19 확산이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자 뉴델리 당국은 이날 밤 10시부터 26일 오전 5시까지 봉쇄령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뉴델리에 평일 봉쇄 조치가 도입되는 것은 지난해 3월 전국 봉쇄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뉴델리 대표 상징물인 인디아 게이트 등 주요 관광지나 대형 쇼핑몰은 이에 앞서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봉쇄령 발동 소식에 주민들도 동요했고, 곳곳에서는 식품을 미리 사두기 위한 사재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당국은 봉쇄 기간에도 식료품 배달 등은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불안한 주민들은 상가로 달려갔습니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뉴델리 시내 대형 INA마켓에서는 상가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섰습니다.

결국 상가에 진입하지 못하고 차를 돌린 마노지 쿠마르는 ″평일 오후에는 이곳 주차장이 한산한 편인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사람들이 봉쇄 소식에 앞다퉈 물건을 사러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이중 변이′ 확산과 해이해진 방역 태세가 원인″</strong>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주민의 해이해진 방역 태세가 이번 확산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색의 축제′ 홀리,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 등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 없이 밀집했고, 웨스트벵골 주 등에서 진행 중인 지방 선거 유세장에도 연일 대규모 인파가 몰렸는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확산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시내 곳곳에서는 여전히 방역에 무신경한 주민 모습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주민에게는 당국이 2천 루피, 우리 돈으로 약 3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의 비중은 절반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고 합니다.

그나마 조잡한 천 입 가리개를 제외하면 제대로 마스크를 한 이들은 전체 주민의 10∼20%밖에 안 되는 듯하다고 합니다.

전날까지 주말 통행금지가 발동됐고 곧 6일간의 봉쇄에 돌입하는 상황이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차는 많이 돌아다니고, 뉴델리의 대표적 이슬람 사원 자마 마스지드 앞 시장과 인근 도로는 차량과 3륜 택시, 오토바이 등이 뒤엉켜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했다고 현지에서 전해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인도 정부, 코로나19 백신 접종 나이 제한 풀기로</strong>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백신 접종 나이 제한을 풀기로 했습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어제 성명을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18세 이상 모든 국민은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1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인도는 의료진, 군경 등에 대한 우선 접종 후 현재 일반인의 경우 지난 1일부터 45세 이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한 상태입니다.

애초 인도는 오는 8월께까지 50대 이상 또는 기저질환자 등 3억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예정보다 빨리 차례로 나이 제한을 없앤 것입니다.

인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서둘러 도입한 것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1만 명 안팎에 불과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연일 25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1차 유행 때와 달리 젊은층 감염 늘어…러시아 백신도 긴급 사용 승인</strong>

특히 최근에는 작년 1차 유행 때와 달리 젊은 층의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 13억 8천만 인구 가운데 약 65%가 35세 이하로 평균 연령이 상당히 낮은데, 이에 일부 인도 주총리들은 백신 접종 연령을 철폐해 젊은 층에 대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해왔습니다.

오늘까지 인도에서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이의 수는 1억 2천 700만 명입니다.

인도는 인도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코비실드, 현지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백신인 코백신을 접종에 투입하고 있고, 최근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도 승인했습니다.

당국은 외국산 백신 긴급 사용 승인 절차를 더 간소화해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