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정원

[World Now] 10일간 맹폭 당한 가자지구…기약없는 '정상화'

입력 | 2021-05-23 17:52   수정 | 2021-05-23 17:5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쟁 폐허 가자지구, 부상자에 코로나까지…복구는 ′아득′</strong>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에서 엄청난 인명피해를 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다시 한번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2천 명에 가까운 부상자를 치료하고 코로나19 환자 급증에도 대응해야 하지만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전력, 상수도 등 기본 인프라마저 철저히 망가져, 국제사회의 잇따른 지원 약속에도 재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의료시설 붕괴…무력충돌 부상자에 코로나19 환자까지</strong>

지난 10일 하마스의 선제 로켓포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휴전이 성사된 20일까지 꼬박 열흘간 가자지구에 맹폭을 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지금까지 집계된 것만 248명. 여기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상자도 1천900명이 넘게 발생했습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의 보건 시스템은 엄청난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 국제협력국장을 맡은 외과 의사 압델 라티프 알-하지는 워싱턴포스트에 ″지난 12일간 의료시스템의 부담은 2배로 커졌다.

엄청난 부상자가 동시에 발생했고 코로나19 환자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무력 충돌 과정에서 붕괴한 건물 가운데는 하마스 당국이 운영하는 병원 6곳과 보건소 11곳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유전자 증폭 PCR 검사를 진행해온 보건부 산하 병원도 못 쓰게 됐습니다.

하지 국장은 ″마치 그들이 건물 지붕을 떼어 내 병원 안에 넣어 놓은 것 같은 형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자지구의 공식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0만 명 선이지만, 이는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실제 확진자 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력 충돌 이전 제한적으로 진행되어온 PCR 검사 결과를 보면 전체 검사 수의 35∼40%에 육박하는 양성률이 나왔습니다.

인구 200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에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은 60개에 불과하고, 하마스가 자체적으로 백신을 구하지 못해 백신 접종자는 4만 명 미만으로 전체 인구의 2%에도 못 미칩니다.

무력 충돌 기간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지하 대피소와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등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코로나19는 더 빠르게 확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폭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친척 등의 집에 몰려 지내면서 감염 확산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알-샤이파 병원의 호흡기내과 책임자인 샤디 아와드는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못 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유엔의 팔레스타인 담당 인도주의 조정관인 린 해스팅스는 ″사람들이 대피소에 함께 있었던 만큼 엄청난 (백신 및 의약품과 치료 장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잿더미가 된 가자지구…기약 없는 복구</strong>

꼬박 열흘간 이스라엘군의 맹렬한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의 재산 피해도 엄청납니다.

이미 450여 채의 크고 작은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파손됐고, 주요 인프라도 성한 것이 없습니다.

유엔은 폭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7만7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탈염 시설이 망가져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100만 명 가량이 안정적으로 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자지구 내 주요 도로는 물론 전력공급 시설도 폭격을 당해 단전 가구와 시간도 더 늘어났습니다.

파브리치오 카르보니 적신월사 중동지역 담당 국장은 ″불과 2주가 안 되는 기간에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최소 몇 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건물 잔해를 치우고 당장 복구를 시작해야 하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복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가 제한적입니다.

이에 따라 유엔과 구호단체 중심으로 재건 사업이 진행될 공산이 큽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입니다.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는 잇따라 자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가 5억 달러(약 5천600억 원) 지원을 약속했고, 유엔도 긴급 대응 기금에서 2천250만 달러(약 253억 원)를 지원했습니다.

또 노르웨이가 360만 달러(약 40억 원)의 추가지원을, 영국도 유엔을 통해 450만 달러(약 50억 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지원 액수를 발표하지 않았고, 해외 하마스 정치국을 유치한 카타르 등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 전후 복구 지원을 주도했던 주요 아랍국가들도 아직 구체적인 추가지원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지원한 돈이 순식간에 전쟁으로 불타버리는 상황을 몇 차례나 목격한 서방의 원조 공여국들은 추가적인 지원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이 재건 과정에서 하마스의 재무장을 우려해 건설 자재 반입 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