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11 11:45 수정 | 2021-09-11 11:49
<b style=″font-family:none;″><20년 전쟁의 결과는 도로 탈레반></b>
미군과 동맹군, 아프간인 등 23만명 사망, 2680조원 투입.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이런 엄청난 희생을 치른 결과는 탈레반이 도로 아프간의 집권 세력이 된 것, 그리고 미국이 무기마저 버려둔 채 빈 손으로 아프간을 떠난 것이 전부입니다.
실패라는 말로도 부족하죠. 20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오 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의 뉴욕 무역센터 테러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습니다.
당시 아프간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훈련 캠프가 있을 정도로 테러리스트의 본거지나 다름없었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을 시작해 20년을 끌어왔는데, 사실 애초부터 미국의 실패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이기기 어려웠던 탈레반 게릴라와의 전투></b>
아프간에서 미군과 탈레반 게릴라들의 싸움부터 승산은 높지 않았습니다.
탈레반 게릴라들의 전투력은 멀리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부터 다져진 것이어서 미국 정규군이 상대하기는 애초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아프간은 대부분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험준한 산악지대이고, 게릴라들이 숨기 좋은 개미굴 같은 동굴이 산재해 있습니다.
여기에 난기류와 모래폭풍이 휘몰아치고 산악에선 무전기나 위성전화가 잘 터지지 않아서 공군의 공중 폭격이 미군 병력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았습니다.
탈레반 저격수가 산 속에서 초장거리 저격을 하면, 미군 비행기가 폭격에 나서는데 엉뚱한 곳을 폭격해서 미군 사망자 2천4백명 가운데 1/4은 오폭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미군의 최대 적은 미 공군′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입니다.
아프간은 수많은 부족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원한 관계에 있는 부족들을 공격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고 미군이 이 정보를 믿고 나섰다가 엉뚱하게 피를 흘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19세기 대영제국, 1979년부터 10년 동안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수렁에 빠져서 입었던 엄청난 피해를 미국도 고스란히 입었던 셈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탈레반 정권 붕괴 뒤 다시 시작된 전쟁></b>
이런 군사적 어려움 외에도 미국의 아프간 정책에는 근본적인 한계와 정책적 실패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곳을 공격당하며 엄청난 피해를 입은 미국 부시 행정부로선 전쟁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그동안 알 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 집단의 근거지로 활용돼왔던 아프간이 다시 미국에 대한 테러에 이용되는 걸 막아야 했습니다.
2001년 10월 개전 한 달 만에 탈레반 정권은 붕괴했지만 문제는 이 때부터가 시작이었다는 점이죠. 정권을 잃었다고 해도 탈레반 게릴라의 저항과 테러가 미국 등 동맹군과 아프간 국민을 계속 괴롭혔습니다.
게다가 아프간은 ′안정화′ 시키기에는 꽤 큰 나라이기도 합니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개입한 나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아서 아프간 인구는 2001년 기준으로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 인구의 2배에 달했습니다.
코소보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인구 190만명의 코소보에 미군, 나토군 등 5만명이 투입됐는데, 10배 이상 규모의 인구 2천160만의 아프간에는 2002년 말까지 8천명이 투입됐습니다.
게다가 아프간은 정부군이나 경찰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군벌이나 탈레반과의 싸움에서 내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아프간은 내륙국가여서 파키스탄을 통해서만 필요한 보급이 가능한데, 파키스탄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기는 커녕, 오히려 미국을 전복시키고 싶어하는 내심을 갖고 있었죠. 탈레반이 미군에 의해 아프간에서 쫓겨난 뒤에도 탈레반 지휘부와 남은 병력은 파키스탄에서 보호받았습니다.
2011년 미국 특수부대에게 사살당한 빈 라덴도 파키스탄의 안가에 숨어있었으니까요. 파키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은 보급도 받고, 힘을 비축하다가 아프간에서 다시 활동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유일한 우군이었던 파키스탄과 탈레반이 이런 일종의 내연관계였다는 점은 사실 아프간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b style=″font-family:none;″><′패배′만 기다려 온 20년 전쟁></b>
이런 상황에서 당시 부시정부는 아프간을 재건하거나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해서 또다른 전쟁까지 벌입니다.
이라크에서도 미군은 강렬한 저항에 부딪혔고, 그러다보니 아프간의 탈레반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 때부터 아프간에선 탈레반이 심각한 위협으로 세력을 다시 확장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이걸 알면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프간에서의 실패는 이 때 이미 예정됐던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가 되는 걸 막아줄 믿음직한 아프간 정권을 수립하려고 애썼지만 탈레반이 진격해오자 대통령과 내각 책임자들이 먼저 달아난 것에도 볼 수 있듯, 이런 시도도 실패했습니다.
이러면서 발 뺄 기회만 찾는 막연한 전쟁이 20년을 끌어 왔던 거죠. 부시 대통령 이후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 모두가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했지만, 전쟁을 끝낸다는 건 패전을 선언하는 일이어서 누구도 임기동안 차마 전쟁을 끝낼 수 없었던 겁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 패배′를 ′결단′했고, 20년 아프간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